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동시 시청
박나래는 23일 서울 삼청동 블루웍스에 열린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간담회에서 "나는 주로 콩트를 하는 개그맨인데, 처음 도전한 스탠드업 코미디가 쉽지 않았다. 작년 겨울쯤 '3년 뒤에 내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넷플릭스와 함께 하는 기회가 생겼다"며 "수위가 너무 세서 '은퇴해야 될 것 같다'고 농담했지만, 재미가 없을까봐 가장 걱정했다.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주고 싶다. 나머지 50점은 다음 공연에서 조금 더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블랙코미디, 디스, 풍자 등을 떠올리는데, 내가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했다. 정치는 전혀 모르고 누굴 디스하지도 못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게 뭘까?' 고민했고, 방송에서 못한 성을 소재로 삼았다. 섹스 터치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시대와 잘 맞물려서 개그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제약이 많더라. 이런 성적인 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는데, '내가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줬지만, PD님이 편집을 잘 해준 덕분에 은퇴를 안 하게 돼 다행이다."
공연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고민했다. '성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대중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일까?'하는 의구심이 컸기 때문이다. 박나래는 개그가 주관적이라서 모든 사람을 웃길 수는 없지만, "찡그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피해야 한다"는 주의다. "첫 리허설을 하고 나서 관계자들이 '이 정도 개그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용기를 얻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이 웃어주고 마음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박나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은 오히려 수위가 약했다고 아쉬워하더라. 반대로 199금, 69금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개인적으로 조금 더 세게 가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을 하기 전에 굉장히 많은 리허설을 했다. 작가, PD 등 방송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첫 리허설 때 너무 세다고 한 이야기는 빠져서 아쉽다. 다음에 공연을 한다면 조금 더 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처음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했을 때 근처 학교의 학부모들이 항의해 포스터 사진이 바뀌었다. 지방에 내려갔더니 사진 자체를 안 써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여성이었는데, 60대 정도 된 멋있는 신사 분이 객석 가운데 앉아 있었다. '내 개그로 웃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을 치면서 '껄껄껄' 웃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로부터 내년 4월 열리는 스탠드업 코미디 축제 초대도 받았다. "TV로 본 대단한 코미디언들을 볼 생각에 설렌다"면서 "미국 코미디언 앨리 웡(37)의 쇼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 임신을 한 채로 남편과 성 생활, 출산 경험담을 얘기하는데 '나도 임신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멋있었다"고 전했다.
"'내가 그 선을 넘지 않고 개그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실 '재미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모든 사람을 다 웃길 수는 없다. 하지만 나를 보고 웃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보고 개그하려고 한다. 나를 믿고 보러 온 분들의 환한 미소, 혼자 온 여성들이 허벅지를 치면서 웃을 때의 희열감은 최고다. 물론 악플에 대한 상처도 있다. 비난은 받아 들일 수 없지만, 비판이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 어떤 얘기든 수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