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대체 어디서부터…北이냐 아니냐 '갑론을박'

기사등록 2019/10/04 21:54:27

"발생지 4곳 모두 임진강 수계와 맞닿아…물길 통한 유입 가능성"

"추석 전후 파주·연천서 人이동 잦아…역학조사 사람에 집중해야"

【파주=뉴시스】김선웅 기자 = 경기도 비무장지대(DMZ) 내 야생맷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북한에서의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파주시에서 철책 너머로 개성 일대가 보이고 있다. 2019.10.04. mangusta@newsis.com
【파주=뉴시스】김선웅 기자 = 경기도 비무장지대(DMZ) 내 야생맷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북한에서의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파주시에서 철책 너머로 개성 일대가 보이고 있다. 2019.10.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축산 농가를 덮친 지 2주를 넘어서고 있지만, 효율적인 방역에 필수인 유입 경로는 여태 규명되지 않고 있다.

방역 당국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남방한계선에 근접한 비무장지대(DMZ)에서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북한으로부터의 유입설(說)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백신이 없는 데다 국내 돼지 농가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여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환경부는 경기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의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폐사체가 확인된 곳은 남방한계선으로부터 위쪽으로 1.4㎞,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는 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이다. DMZ에서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철원과 연천에서 발견된 사체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시체 부패로 시료 채취가 어려워 매몰된 사례가 7, 8월 철원에서 1건씩 있었다.

정부는 북한과 달리 우리 측 철책에는 과학화된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야생 멧돼지가 남방한계선을 넘어 유입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육로를 통한 전파가 아니더라도 하천이나 바람 등을 통해 분변 등이 전파될 수 있다. 조류나 설치류 등 다른 야생 동물이 이 멧돼지에 접촉했다가 남쪽으로 날아와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에 방역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정승헌 건국대학교 축산학과 교수는 ASF 바이러스가 임진강을 타고 수계(물줄기)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환경부는 지난 2일 경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의 혈액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곳은 DMZ 우리측 남방한계선 전방 약 1.4㎞ 지점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환경부는 지난 2일 경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의 혈액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곳은 DMZ 우리측 남방한계선 전방 약 1.4㎞ 지점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정 교수는 "ASF가 발생한 파주와 김포, 연천, 강화 등 4개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점은 임진강 수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라며 "방역이 다소 미진한 북한에서 돼지를 살처분했더라도 혈액이나 분변, 내장 등 ASF 감염체들이 태풍에 휩쓸려서 흘러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봤다. 그는 "멧돼지 등 야생 동물도 남방한계선만큼 북방한계선을 넘나들긴 어렵다. 북한 군인들의 월남 등을 막기 위해 철저히 막아놓았다"며 "멧돼지 사체가 역곡천 인근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역시 임진강 수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 멧돼지들은 생활 권역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폐사체가 앞으로 몇 마리 더 나올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환경부에 따르면 멧돼지 발견 지점에서 동북쪽 약 2㎞ 지점에 역곡천이 흐르고 있다. 정 교수는 "역곡천 반경 3~5㎞ 내 멧돼지는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미 ASF가 다수 확진된 경기 북부에선 멧돼지의 개체 수를 줄이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겨울이 되면 멧돼지들이 먹을 것을 찾아 남쪽 민가로 내려올 것"이라며 "포획하든 사살하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한탄강(6곳), 임진강(11곳), 한강 하구(3곳) 등에서 하천수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 "이미 오염된 물은 다 흘러가 버렸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봤다. 다만 그는 임진강 수계를 핵심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ASF 발생지가 기존 발생지 너머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접경지 전역에 헬기를 통한 방역 작업을 벌임과 동시에 한강이나 임진강 유역에서 살아있는 멧돼지가 발견될 때는 즉시 포획·사살토록 했다. 농식품부 역시 DMZ 내와 민통선(민간인통제선), 민통선 밖 접경지를 중심으로 하천과 사람, 차량 등을 대대적으로 소독하고 울타리 등 방역이 취약한 농가의 보수 작업에 서두르기로 했다. 환경부는 멧돼지 예찰을 2배 이상 늘려 접경지 예찰 강화에 나섰다.
【파주=뉴시스】김선웅 기자 = 경기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사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도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04. mangusta@newsis.com
【파주=뉴시스】김선웅 기자 = 경기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사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도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04. [email protected]
그러나 최초 감염원을 북한으로 특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나온다. ASF 발생 초기부터 방역 준비 작업에 참여했던 오연수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DMZ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됐다는 것으로 유입 경로가 북한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오 교수는 "지난 9월 추석 즈음 파주와 연천 지역에서 돼지 사료 업체를 바꾸면서 일부 업체 직원들이 감사 인사를 이유로 축산 농가 여러 곳을 다녔던 일이 있었다"며 "그 와중에 ASF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학 조사는 결국 사람에 대해 면밀히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는 사료 등을 운반하는 차량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북한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누군가의 생계가 걸린 문제를 두고 섣불리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현재까지 ASF는 파주시 연다산동(9월17일 확진)과 경기 연천군 백학면(18일 확진), 경기 김포시 통진읍(23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4일 확진),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강화군 삼산면(26일 확진), 강화군 강화읍(26일 확진), 강화군 하점면(27일 확진), 파주시 파평면(10월2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일 확진), 파주시 문산읍(2일 확진), 김포시 통진읍(3일 확진) 등 총 13곳에서 발병했다. 가장 최근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인천 옹진군 백령면 농장은 음성 판정을 받아 추가 확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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