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판매거장' 허정섭 현대차 부장 "영업의 진짜 시작은 팔고 난 뒤부터"

기사등록 2019/09/04 11:15:45

1985년 7월 입사 이후 34년 만에 누계 판매 5000대 돌파

근면성실·예의바른 자세가 원동력..."고객은 영원히 으뜸"

고객 친인척 경조사 모두 참석...영업사원 아닌 '또다른 가족'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3일 서울 중구 현대자동차 종로지점에서 허정섭 영업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9.0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3일 서울 중구 현대자동차 종로지점에서 허정섭 영업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9.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진정한 영업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난 뒤부터 시작됩니다. 팔기 전까지는 누구나 다 잘해주겠다고 고객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매 이후 고객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후관리 등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힘들고,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1985년 7월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허정섭 현대차 종로지점 영업부장은 입사 34년 만에 누계 판매 5000대를 돌파하고 '판매거장'에 등극했다. 매달 약 20대의 차량을 꾸준히 팔아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으로, 허 영업부장 이전에는 현대차에서 단 8명 만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일 서울 중구에 있는 현대차 종로지점에서 허 영업부장을 만났다. 영업사원으로서의 34년 인생에서 누계 판매 5000대를 달성한 지난 7월 그 순간을 그는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다.

"1985년 입사 이후 34년 동안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입사 동기가 약 35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3명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6시30분에 출근해 재고·판촉조건 등을 분석하고, '가망 고객 축적 노트'를 따로 정리하며 새로운 고객 라인을 확보했습니다. 한 번 맺어진 고객은 '영원히 으뜸'으로 모신다는 마음가짐으로 판매하다 보니 고객들이 '자동차 하면 종로 허정섭 부장'이라고 말하는 날이 왔습니다. 이런 고객들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겁니다."

허 영업부장이 말하는 '오늘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거름은 근면성실하고 예의바른 자세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가망 고객으로 본 그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24시간 멈추지 않았다.

신입사원 때부터 양 손에 판촉물을 들고 약 10년 간 닥치는 대로 다른 빌딩 내 업체들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자동차 영업계에서는 소위 말해 '빌딩을 탄다'고 말한다. '한 번 맺어진 인연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자신과 현대차를 홍보했다.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데 3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2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식당을 갈 때도 항상 판촉물을 주면서 사장님한테 자기소개를 했고, 고객을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할 때도 항상 식당 사장님한테 인사드렸습니다. 성심성의껏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대하다 보면 주변에서 차를 살 때 저에게 소개가 들어옵니다. 그런 순간이 올 때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 이게 바로 영업이구나."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3일 서울 중구 현대자동차 종로지점에서 허정섭 영업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9.0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3일 서울 중구 현대자동차 종로지점에서 허정섭 영업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9.03. [email protected]

그가 누계 판매 5000대를 돌파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처음과 같이 항상 영원히'라는 마인드로 고객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인연을 맺은 고객들과 관련된 결혼식, 장례식 등 경조사는 모두 챙겼다. 그렇게 하다 보면 가족과 같은 유대감이 생긴다는 것이 허 영업부장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유대감으로 이어지면 인터넷을 통해 약 30만원 저렴한 최저가가 나와도 고객들은 차를 살 때 허 영업부장을 찾는다. 그들에게 허 영업부장은 단순한 '자동차 영업사원'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인 셈이다. 허 영업부장은 입사 이후 약 3개월 만에 맺어진 고객과의 첫 인연을 고객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이어갔다.

"신입사원 때 밤낮없이 시장과 빌딩을 돌며 판촉활동을 하던 중 한 고객으로부터 '얼굴 좀 잠깐 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분에게 처음 '프레스토'를 시작으로 '그라나다', '그레이스', '스타렉스' 등 4대를 판매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그 분 가족의 경조사는 꾸준히 참석하고 그 분의 자녀들과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 영업부장이 인생의 스승이자 멘토로 모시는 사람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은 김충호 전 사장이다. 그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당시 김 전 사장은 판매과장으로 근무했다. 허 영업부장이 판매거장을 달성했을 때도 김 전 사장은 한 걸음에 종로지점을 찾아와 축하인사를 전했다.

"판매거장 달성했다고 문자를 드리자 그날 바로 종로지점을 방문하셨습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34년 동안 있었던 기뻤던 일, 슬펐던 일을 공유하고 회상에 잠겼습니다. 항상 저한테 해주신 말씀이 '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이다. 이왕 현대차 들어온 거 같이 열심히 하자'였습니다. 그런 자세로 한 사람 만날 걸 아침·저녁으로 두세 명 만나면서 발바닥에 고무 탄 내 날 때까지 일했습니다."

매달 약 20대, 잘 풀릴 때는 한 달에 30~40대를 판매하며 IMF 위기도 피해간 허 영업부장이지만, 공유경제가 등장하고 젊은 소비자들이 차를 사는 데 지갑을 열지 않는 등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광화문·을지로·종로·퇴계로 등 서울 중심 거점 4대문의 지점별 월 목표 판매량이 각각 500~700대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에 비해 판매량이 감소했다. 쏘카 등과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고 공유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차를 위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쏘카를 향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차량 렌트가 늘어나고, 큰 회사들도 직구매에서 장기렌트를 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차량 판매 조건이나 사양 등 모든 것을 따져봤을 때 아직까지는 현대차를 따라올 경쟁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고객들한테 '현대차를 사도 앞으로 10년 간은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권유합니다."

이미 판매거장을 달성한 허 영업부장에게 앞으로의 판매 대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줬던 고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후배들에게 판매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야 할 시기다. 그는 후배들에게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선배들이 해왔듯 후배들도 조금씩 더 노력하면 충분히 목표로 한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과 인연을 맺은 고객들한테는 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허 영업부장의 휴대폰은 고객들의 전화로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투싼'을 구입한 고객이 자신의 차를 언제쯤 받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네. 일정 조율해서 6일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사한 지 34년이 지난 판매거장의 두 손은 공손히 포개져 휴대폰을 받치고 있었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고 말하는 그가 평소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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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판매거장' 허정섭 현대차 부장 "영업의 진짜 시작은 팔고 난 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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