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00조 돌파…2년째 총지출 증가율 9%대 확장 재정
법인세 줄어 국세는 덜걷힐것…통합재정수지 적자전환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3% 훌쩍…채무비율도 40% 턱밑
"고령화에 복지지출 계속 늘텐데…세수 확보 우려스러워"
쓸 돈은 많지만 들어올 돈은 적어서다. 건전성 관련 지표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정부가 관리 목표로 설정한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해 내년 중 정부가 발행할 국채는 역대 최대 규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우리 정부는 올해(469조6000억원)보다 9.3%(43조9000억원)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정책 집행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9.5%)에 이어 총지출 증가율은 2년 연속 9%대에 머물면서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갔다. 분야별로 보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묶여 있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에서 27.5%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일자리(21.3%), 환경(19.3%), 연구·개발(R&D, 17.3%), 사회간접자본(SOC, 1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세수다. 정부는 내년 국세가 292조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294조8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0.9%) 감소한 수준이다. 재정 분권에 따른 지방으로의 이전분(5조1000억원)이 있지만 정부 예상대로라면 2013년 이후 6년만에 국세 세입이 뒷걸음질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소득세 다음으로 비중이 큰 법인세가 올해 예산 대비 18.7% 주저앉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은 미래 지출을 위한 것이어서 수치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에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중·장기적 재정 관리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내년에 -3.6%로 단숨에 관리 목표를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3.6%)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2021~2023년엔 -3.9%까지 치솟는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명료한 기준은 없지만 그간 심리적 방어선으로 기능해 왔던 '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비율 3%'가 무너지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재정을 활용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9%까지 오르는 건 우려스럽다"며 "고령화 등으로 향후 복지 관련 지출이 계속해서 증가할텐데 경제가 안정되고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이상 중·장기적으로 버텨내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당장 지속적인 세수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에스토니아(9%), 룩셈부르크(23%), 멕시코(38%)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의 채무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일본은 233%에 달하며 미국(136%), 프랑스(112%), 벨기에(108%) 등은 100%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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