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페이스북 '접속속도 고의 저하' 논란 발단은?

기사등록 2019/08/22 16:06:08

페북, SKT.SKB.LGU+ 접속경로 변경해 속도 저하

방통위, 이용자 이익 저해 판단해 3억9600만원 과징금

페북, 지난해 5월 행정소송 제기 "이용자 이익 침해 아냐"

망 이용료 놓고 국내 통신사와 해외 콘텐츠업체 공방은 계속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1년3개월간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였던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1심에서 페이스북이 웃었다. 하지만 방통위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며 법정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인한 속도 지연이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것을 사전하기 예측하기 어려웠고,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자유롭게 접속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 등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발단은 지난해 3월 방통위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인한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에 대해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했다는 이유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으나 KT와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음에도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2016년 12월에 SKT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하고, 2017년 1~2월에는 LGU+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했다.

SK브로드밴드 트래픽 중 일부가 타 국제구간으로 우회되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가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8시부터 오후 12시에는 변경 전보다 평균 4.5배 느려졌다. LG유플러스의 무선트래픽을 해외로 우회시킨 결과, LGU+ 무선망 응답속도가 평균 2.4배 느려졌다.

방통위는 SKT와 LGU+를 이용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접속이 안되거나 동영상 재생 등 일부 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워졌고, 이용자 문의·불만 접수건수는 접속경로 변경 후에 크게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또 통신사 고객센터 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페이스북 접속장애 관련 불만·문의 글이 300여건 게시되는 등 이용자가 불만을 거셌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2017년 10~11월 원 상태로 복귀시켰다. 이후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월 페이스북의 모바일·글로벌 접근성 담당 케빈 마틴 부사장이 한국을 찾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SK브르도밴드 대표 및 SK텔레콤 고위 임원을 만나는 등 해명에 나섰다.

당시 케빈 부사장은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규제기관의 규제방침을 존중하며 충실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국내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지난해 5월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과천=뉴시스】이정선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케빈 마틴(Kevin Martin) 페이스북 수석 부사장이 1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내 통신망 사용료 논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01.10.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이정선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케빈 마틴(Kevin Martin) 페이스북 수석 부사장이 1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내 통신망 사용료 논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01.10.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업계에서는 1년 3개월의 법정 공방이 '고의적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보다는 '망 이용료'가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무정산에서 상호정산 방식으로 개정되며 갈등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동등한 지위의 통신사라도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정산 기준도 접속 용량에서 사용량 방식으로 바꾼 것이 골자다.

그 동안 페이스북은 KT에 비용을 내고 캐시서비를 운영하면서 SK브로드밴드·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이용자게도 트래픽을 제공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트래픽이 증가하며 KT가 다른 통신사에 내야할 정산대금이 늘자 KT가 캐시서비 비용을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해외로 돌렸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여기서 페이스북이 이동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지연시킨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측은 통신망 품질 문제는 페이스북의 소관이 아니며 고의적으로 속도 저하를 한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인 결과, 페이스북의 승리로 결론 났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불편을 알면서 서버 접속경로를 변경해 접속 속도 지연시킨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품질 수준이 정상 범위 내에 있었다는 페이스북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재판부는 이용 제한 대상인 '전기통신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CP로 하여금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와 사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접속 품질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것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반하고, CP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제재 조치를 부과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승소할 경우 국내 콘텐츠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국내 이동통신사와의 불리한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심 판결로 오히려 페이스북을 비롯한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반면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망 이용대가 협상을 해야 하는 국내 이통사 입장은 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다만 방통위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방통위는 항소와 함께 '공정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들과의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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