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0-64 완패
5월 말 급조돼 40여일 훈련
팬들, 끝까지 격려
한국 여자 수구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대표팀 조차 없었다. 세계선수권 출전자들이 선발된 것도 두 달이 채 안 됐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자 대한수영연맹은 5월 말에야 부랴부랴 수구 종목에 뛸 선수들을 모집했다.
그 결과 중학생 2명, 고교생 9명, 대학생 1명, 일반부 1명으로 구성된 최초의 대한민국 여자수구대표팀이 탄생했다.
팬들은 조금은 상기된 채 입장하는 13명의 선수들을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대표팀에는 만 13세 선수도 있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흘러나오자 격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경기 전 애국가를 들으며 국가대표가 됐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 뒤 입수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12초 만에 실점했다. 2년 전 자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갖춘 헝가리는 어린 아이 손목 비틀 듯 손쉽게 한국을 공략했다. 8강 직행이 가능한 조 1위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상대로 다득점이 필요했기에 공세를 늦출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실점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40여 일간 잠잘 때 외에는 대다수 시간을 훈련에 매진했지만 전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피리어드가 끝날 때 점수는 0-34였다. 상대보다 한 뼘 이상 작은 신장으로 막아보려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
8분 간 4피리어드가 모두 끝난 뒤 전광판에는 0-64라는 스코어가 찍혔다. 종료 부저가 울리자 팬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 수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은 관중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은 16일 러시아와 2차전을 갖는다. 목표는 한 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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