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비·문나윤·김수지·권하림 출격
그나마 남자 다이빙은 상황이 낫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결승에 진출한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선구자 구실을 해내고 있고, 형제인 김영남(국민체육진흥공단)과 김영택(경기체고)도 서서히 자신들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여자 다이빙은 남자 대표팀에 비하면 이렇다 할 스타가 없다. 관심을 끌 수 있는 국제대회에서의 부진하니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다.
12일 개막한 광주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여자 다이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조은비(인천시청), 김수지(울산시청), 문나윤(제주도청), 권하림(광주시체육회)으로 구성된 4인의 어깨가 무겁다.
세 번째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맏언니 조은비는 3m 스프링, 10m 플랫폼, 3m 싱크로, 10m 싱크로에 출격한다. 1m 스프링에도 나설 계획이었으나 피로가 쌓여 출전권을 권하림에게 양도했다.
조은비는 "다이빙이 비인기 종목이라 관심을 못 받는다. 남자 대표팀이 받고는 있지만, 여자 대표팀도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파이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청했다.
동생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인만큼 애들의 성적 잘 나왔으면 좋겠다. 즐겁게 으쌰으쌰해서 파이팅했으면 한다."
"대표팀을 오래하면서 국제대회를 많이 나갔는데 U대회는 한 번도 못 뛰었다. 세계선수권 준비와 일정이 겹치긴 했지만 내가 원해서 뛰었다"는 조은비는 "나이로 볼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무리하더라고 해보고 싶었다. 성과가 좋아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10m 플랫폼과 10m 싱크로에 도전하는 문나윤도 조은비와 같은 처지다. 문나윤은 조은비와 마찬가지로 U대회를 소화했다. 두 선수는 여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합계 272.85점으로 중국(305.76점), 멕시코(276.21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나윤은 "일부러 시차적응을 위해 올 때 잠을 안 잤다. 그래서 오늘은 잘 잘 수 있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2년 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스프링 부문에 출격한 문나윤은 이번엔 플랫폼에 도전한다. 양쪽 무릎이 좋지 않지만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남자선수뿐 아니라 여자 선수들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경기를 잘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1m 스프링, 3m 스프링, 3m 싱크로, 혼성 3m 싱크로 출전권을 갖고 있는 김수지는 여자 선수 중 가장 결승 진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이빙 개인전에서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면 내년 도쿄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다. 싱크로는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8년 전 런던올림픽 당시 만 14세로 한국 선수단 최연소 참가자로 기록된 김수지는 광주에서 도쿄행을 확정하겠다는 각오다. "그때는 어려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올림픽이 큰 대회인지도 몰랐다. 인터뷰도, 촬영을 하면서도 왜 하는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복에 겨웠다"면서 "진짜 결승에 가고 싶다. 잘해야 한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다페스트 대회에서의 아픔은 김수지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스프링을 주종목으로 하는 지금과 달리 플랫폼 선수였던 김수지는 예선에서 허무하게 주저 앉았다.
"언니들은 준결승에 갔는데 난 실력이 떨어져서 예선 탈락했다. 예선이 끝나고 혼자 쉬면서 경기를 구경하는데 서럽더라. 그때부터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면서 "정말 도쿄올림픽에 나가겠다고 생각했다. 맘 잡고 열심히 했다. 연습대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권하림의 선전도 기대된다. 권하림의 아버지인 권순성씨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체조 남자 평행봉 금메달리스트다. 메이저대회에 첫 선을 보이는 권하림 역시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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