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재진 질문에 답 없이 장례식장 떠나
이순자, 남편 간 악연 속에서도 마지막 길 배웅
김명수·이수성·고건·김현철·김경수·오거돈·송철호
김정은, 조문단 대신 김여정 통해 조전·조화 전달
유족들과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등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수많은 조문객들이 오가던 중 이 여사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전 10시46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5분 남짓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떠났다. '어떤 인연이 있어 조문 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 부회장을 배웅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삼성 측이 조의를 직접 표하고 싶다고 했다"며 조문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제 기억으로는 이 부회장과는 없고 이건희 회장과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특히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과 재계 대표들의 식사 자리에서 'IT로 20~30년 먹고 살 것은 있지만 이후 국민이 먹고 살 게 없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달라'는 얘기를 해서 과학기술 부분을 강화하고 정보통신부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오전 9시52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조문을 왔다.
이씨는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김홍업 전 의원과 작은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나누고 다른 유가족들과 악수 및 인사를 나눴다. '동교동계 막내'로 빈소를 지키고 있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씨와 악수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고(故) 김홍일 전 의원까지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이 여사는 눈물을 삼키며 남편과 아들의 한복 수의를 만들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남편의 석방을 직접 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정치보복 대신 전 전 대통령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복권했다.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명절은 물론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생일에 빠짐없이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통해 고인에게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지 않고 빈소를 나온 이씨는 "안에서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했나"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침묵한 채 빈소를 떠났다.
오전 9시35분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여분 동안의 조문을 마친 김씨는 "여사께는 매년 1월1일이 되면 인사드리러 갔었다. 반갑게 대해주셨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자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동지였다. 또 여성 인권 신장에 한 평생을 헌신하다 가셔서 너무 애석하고 깊은 애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주한중국대사로 부임하고 인사 차 동교동 사저를 찾았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정부를 대신해 전한 메시지는 없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조문 후 이낙연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여사님의 비보에 대해 조의를 표하시고 여사님의 유언인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국민들께서 여사님을 오랫동안 사랑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밖에 김명수 대법원장, 이수성·고건 전 국무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등이 빈소를 찾았고 일반인 조문객들도 고인을 추모했다.
일반인의 경우 한때 20여명이 넘는 인원이 조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한 시민은 울먹거리며 빈소에 뛰다시피 들어가 조문했다. 김홍업 위원장의 손을 부여잡고 '죄송하다. 제가 다리가 없어서 절뚝거린다'면서도 이 여사의 영정을 향해 크게 절을 올렸다. 김홍업 위원장도 이들의 손을 잡고 울먹거리기도 했다.
오전 11시30분에는 고인의 입관 예배가 진행됐다. 유족들과 고인이 생전 다녔던 교회 인사들이 모여 이 여사의 영면을 기원했다.
오 시장도 "우리가 지역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동서 간 화합 차원에서 온 것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는 김 위원장이 조화와 조의문을 대신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김 위원장은 오후 5시께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리희호 녀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약 2m높이로 흰색 국화꽃으로 장식된 조화를 보냈다. 조화에는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여, 김정은'이라고 적힌 검정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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