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구전 괴담은 아마도 만국공통이다. 프랑스인 친구도 으슥한 길을 걸을 때면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를 하며 나를 겁주곤 했으니.
여기, 흔하디 흔할 수 있는, 어디서인가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뒷집 야산의 전설'을 '그럴싸하고 있음직하면서 빠져들게 유도하는' 이야기로 만든 작품이 있다. 미국 버전이지만 감성만큼은 한국 영화팬, 나아가 지구촌 영화팬들 모두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단순할 수 있는 얼개다. 원작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 시각적 장치를 통한 디테일은 그러나 100분을 '순삭'시켜 버린다.
'공포의 묘지'는 가장 미국적인 호러 소설가 스티븐 킹의 작품이 원작이다. 킹의 소설은 세계에서 3억5000만권 이상 팔렸다. '쇼생크 탈출', '미저리', '샤이닝', '그것', 이것들을 다 킹이 썼다.
'애완동물 공동묘지'는 출간 당시 32주 간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를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자식을 잃을뻔한 킹의 자전적 사연에서 비롯된 소설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출간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작품"이라며 3년 동안 서랍에 숨겨 뒀다는 일화까지 유명해졌을 정도로 호러 팬들의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주드 크랜들' 역을 맡은 존 리스고(74)는 "각본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고 저절로 몰두하게 됐다"며 "깊고 진실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무서워하게 만든다"고 극찬했다.
무엇보다 '엘리 크리드' 역의 어린 배우 주테 로랑스가 탄성을 자아낸다.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강렬한 애어른이다. 루이스의 아내이자 엘리의 어머니인 '레이첼 크리드' 에이미 세이메츠(38)는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공포스러운 모습까지 완벽히 다른 두 모습을 차별화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며 이 어린이에게 매료됐다. 제작자 마크 바라디언은 로랑스를 "영화의 핵심이 되는 대단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작품 중심에 자리잡은 '부성애'도 특기해야 한다. 신의 존재,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극히 이성적인 남자가 딸의 죽음 앞에서 가장 비이성적인 존재로 변한다!
제작자 바라디언은 "제이슨 클락은 아이를 잃은 아빠의 끔찍한 슬픔을 이해했고 동시에 그 아이를 다시 살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위드미어 감독은 "이야기의 출발이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하려는 남자의 마음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