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만화가 페넬로프 바지외(37)가 20일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한국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여성에 대한 약물범죄도 언급했다.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사건을 전해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여성 대상의 성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투운동도 있었는데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피해자 편을 100%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그저 여성이 먼저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다. 법적 시스템이 미비해서 가해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처음 방한한 바지외는 "만화 내용을 모두 알고 있지만 다른 언어로 된 책을 보면 놀랍다. 한국어로 된 책이 출간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한글은 아름다운 언어인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성을 억압하는 사회규범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여성 30인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다. 성차별과 가부장제, 여성에게만 강요된 엄숙주의, 종교적 제약, 인종차별, 장애 등 그 어떤 것도 이들을 멈춰세우지 못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뛰어넘고 깨부순다.
여성 30인의 이야기를 통해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은 그들이 이루어낸 성취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각 여성에 대해 따로 만화를 그릴까 싶었지만, 간단한 포맷을 택했다.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여성상을 찾고 싶었다. 세상을 바꾼 유명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역사를 바꾸게 된 여성의 삶, 안 알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블로그에 2016년 10개월 간 연재됐다. 당시 조회수 50만 이상을 기록했으며, 출간 후 첫 5개월간 7만5000부 이상 판매됐다.
바지외는 "프랑스 출판업계에서는 만화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불균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는 운이 좋게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정도이지만, 아직 많은 만화가들이 생계가 어렵다. 작가의 삶은 힘들다. 프랑스에서 만화가 영화나 TV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작가의 새로운 시선을 원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만화가 다른 매체와 상호작용하는 일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내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 2편이 이미 제작됐다. '걸크러시'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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