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가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지 수긍이 갔다. 어머니가 임신 중 입덧을 완화하려고 복용한 약물(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크바스토프는 키가 132㎝에 불과하다. 손가락이 7개, 어깨와 붙은 듯한 손 등 중증 선천기형이다.
육체가 악기인 성악가인데 쇠사슬에 묶인 몸으로 태어난 격이다. 하지만 중후하면서도 포근한 그의 저음은 재즈 멜로디와 리듬의 자유를 타고, 쇠로 만든 고리를 벗어나 마음껏 공연장을 떠 다녔다. 굵은 목소리로 붓질한 프리 드로잉 같았다.
크바스토프는 세계를 호령한 바리톤. 독일 최고 권위의 음반상 에코상과 세 차례 그래미상도 받았다. 데뷔 30여년 만인 2012년 건강이 허락지 않는다며 성악가로서 은퇴했다.
은퇴 전인 2007년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재즈 앨범 '워치 왓 해픈스(Watch What Happens)'를 발매하기도 한 크바스토프는 재즈 가수로 전향했다. 최근 소니 레이블에서 재즈 앨범 '나이스 '엔' 이지(Nice 'N' Easy)'를 발표하고 투어에 나섰다.
이날 '문글로(moonglow)'에서 크바스토프의 목소리는 달빛처럼 귓가에 스며들었다. 리듬감이 넘치는 스티비 원더의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For Once In My Life)'는 우아하고 먹먹했다. 피아니스트 프랑크 카스테니어가 건반을 치는 것이 아닌, 줄을 뜯는 전주로 시작한 존 레넌의 '이매진'은 아늑함을 덧입었다.
재즈 특유의 그루브가 아쉬운 청중이 있을 법도 했지만, 이날 크바스토프는 자체로 재즈였다. 재즈는 감히 해석할 수 없는 그 무엇, 즉 '이츠 재즈'다. 크바스토프가 보여준 표정과 위트 그리고 익살이 바로 그것이다. 클래식음악은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지만, 재즈는 그의 정신을 세계 곳곳으로 자유롭게 데려다주고 있다.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이라고나 할까,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핥는 소리 등 특정 청각, 시각 등을 강조해 이를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크바스토프 목소리가 ASMR이었다.
이런 그의 목소리에 종종 일어나서 재기발랄한 연주를 들려주는 카스테니어의 피아노, 스타일리시한 외모에 드럼채 대신 '뿅뿅망치'로도 연주하며 여성 관객의 환심을 산 볼프강 하프너의 드럼, 무대 한 가운데서 정말 묵묵히 연주한 디이터 일그의 더블베이스가 더해져 재즈의 꼭짓점을 맛 봤다.
크바스토프는 이날 부인과 딸이 객석에 앉아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커튼콜에서 그는 누구보다 커 보였고,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크바스토프에게 재즈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그에게 여전히 인간 승리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그의 음악을 저평가하는 일이다. 음악은 들려주는 것이나, 듣는이나 그저 음악 자체로서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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