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작가 "뉴질랜드 테러범, 내게 영감?…작품 오용"

기사등록 2019/03/18 15:38:10

이민자들이 토착 주민들 밀어낸다는 '전환' 논리

테러범의 '선언문'에 많은 대목 차용돼

【AP/뉴시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 사원에서 15일 총기난사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범행을 하러 가며 촬영한 자신의 모습. 범인들은 총기난사 순간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03.15
【AP/뉴시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 사원에서 15일 총기난사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범행을 하러 가며 촬영한 자신의 모습. 범인들은 총기난사 순간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03.15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총격 테러를 가한 범인 브랜턴 태런트의 마니페스토(선언문) 제목은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이었다. 바로 프랑스 작가 르노 카뮈의 작품 '대전환'에서 인용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테러범이 카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나오자 작가는 "범죄는 멍청하고, 끔찍했다. 범인은 본인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구절을 오용했다"면서 선을 그었다.

'전환' 논리는 반이민 극우주의자들이 애용하는 개념 중 하나다. 이민자들이 토착 주민들을 밀어내고 해당 국가의 민족을 전환시킨다는 일종의 음모설을 담고 있다.

카뮈는 자신의 책 '대전환'에서 "프랑스 주류 사회가 무슬림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테러범 태런트는 선언문에서 "프랑스가 유색인종에게 침략당할 것이라는 내용을 책에서 봤다. 과장이라고 생각했으나 2017년 프랑스 동부를 찾았을 당시 쇼핑몰에서도 침략자(이민자)를 찾을 수 있었다"며 그의 책이 테러의 시발점이었음을 시사했다.

카뮈는 꾸준히 '백인 민족주의'를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17년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구구조가 바뀔 경우 문명은 버틸 수가 없다. 교체에 대한 거부에 인간은 강한 의지를 표명한다. 이는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이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사람들은 다른 민족이 그들의 영토, 나라에 와서 그들의 문화와 종교, 그들의 생활 방식, 식습관 등을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상이 나치즘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인종 문제는 실존한다. 인종은 매우 소중하다"며 "가장 위협을 받는 것은 수가 적은 백인"이라고 말했다.

태런트는 자신의 선언문에 "우리의 땅이 결코 그들의 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슬림들은 출산율이 높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며, 강하다. 그들의 강인한 전통이 우리 민족의 땅을 차지하고, 민족적으로 나의 민족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며 이슬람 사원을 테러 장소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민자들이 백인의 '침략자'라는 카뮈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카뮈는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대전환'의 발상이 극우파들에게 소화되는 방식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이민자들로 인한 유럽 식민지화가 "유럽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인 식민지화보다 20배나 중요한 일"이라며 반식민지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더욱 강렬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FP는 "카뮈는 뉴질랜스 대학살 사이에서 자신의 무죄를 변호하는 데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카뮈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극우 범죄의 시작점이 그의 책이었다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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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3/18 15:38:1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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