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변해야 한다②·끝]이제는 인성돌, 사회전반 노력 필요

기사등록 2019/03/17 06:02:00

박진영, 양현석 ⓒ뉴시스 DB
박진영, 양현석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YG엔터테인먼트는 개성, JYP엔터테인먼트는 인성을 본다. 예전부터 가요계에서 떠돌던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소속 가수들의 일탈을 개성과 예술적 영감으로 여겨 어느 정도 방관하는 듯한 양현석(49)의 YG와 대내외적으로 인성과 예절을 강조해온 박진영(47)의 JYP가 상반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승리 스캔들'에 휘말린 YG는 연일 이미지와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JYP는 주가나 소속 가수들의 활약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K팝 스타가 사랑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영미권 팝스타와 비교해 깨끗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K팝 스타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한 뒤 마리화나를 끊자 앞장서 K팝 스타들을 추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클럽 버닝썬'이 도화선이 되고 그룹 '빅뱅' 승리(29)로 폭발한 이번 대형 스캔들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K팝 스타 인성문제 드러낸 '승리 스캔들'

개성을 강조한 빅뱅의 다른 멤버 지드래곤(31)·탑(32)의 대마초 연루는 개인의 일탈로 여겨져 팀이나 YG 그리고 K팝 신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빅뱅 전(前)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15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2019.03.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빅뱅 전(前)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15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2019.03.15.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번 스캔들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K팝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심도 있게 지적하고 나섰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K팝 업계 관계자 말을 빌려 한국의 젊은 스타들의 노래와 안무는 인성과 도덕 교육을 받을 시간을 희생해서 탄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새 K팝 아이돌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인성교육과 책임감이 꾸준히 언급돼 왔다. 2012년 어느 그룹이 태국을 방문했다가 현지 조롱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는 등 K팝 스타들의 태도가 해외에서 문제가 되자 인성·예절교육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허울뿐인 흉내내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남성 아이돌의 성 인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K팝 남성 아이돌의 지지 기반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그럼에도 승리·정준영(30)·FT아일랜드 최종훈(29)·씨엔블루 이종현(29)·하이라이트 용준형(30)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성을 물건처럼 취급한 대화를 보면, 여성을 대하는 관점이나 시각이나 얼마나 저급하고 왜곡돼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씨엔블루 이종현 ⓒFNC
씨엔블루 이종현 ⓒFNC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씨엔블루 갤러리는 'CNBLUE 이종현 퇴출 요구 성명서'를 게재한 뒤 "이종현의 위법 사실은 경찰 수사로 인해 시비가 밝혀지겠지만,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팬덤 대다수 구성원이 여성인 상황에서 이종현의 활동을 수용하고 소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복무 중인 이종현은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전했으나 팀 자퇴나 연예계 은퇴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2심 재판에서 언급된 뒤 화두로 떠오른 '성인지 감수성'이 K팝 아이돌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인지 감수성은 사회에서 불거지는 여러 문제에 관해 성차별적 요소를 찾아내는 민감성을 가리킨다. 몰카 촬영과 공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지만, 이를 보고 방관한 용준형에게도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기점이 돼 성과 위주의 보여주기식 K팝의 화려한 이미지보다 음악 안에 담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이 조성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문용민(필명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예전보다 성차별적 콘텐츠를 못 견디는 사람(K팝 팬)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면서 "콘텐츠에 담기는 성인지감수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여성 사진을 몰래 촬영해 '승리 대화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FT 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최씨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와 정준영 씨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등장하는 인물이다.그는 잠든 여성 사진을 대화방에 올리는 등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로 이미 입건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당초 불법촬영물이 아닌 '경찰 유착'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2019.03.16.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여성 사진을 몰래 촬영해 '승리 대화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FT 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최씨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와 정준영 씨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등장하는 인물이다.그는 잠든 여성 사진을 대화방에 올리는 등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로 이미 입건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당초 불법촬영물이 아닌 '경찰 유착'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email protected]
멤버 변화나 해체와 재결성 없이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40)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다. 같은 해 8월 2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김동완은 선배로서 아이돌계에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아이돌이 일하는 세상이 과연 행복한 곳인지 늘 생각한다. 이런 시장을 가진 나라에서 과연 페미니즘을 운운할 수 있을까. 모두 스스로 자각을 하고 업계 사람들이 같이 고쳐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K팝 청정지대'로 통하며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평소 멤버들의 실력과 함께 인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빅히트가 방탄소년단 후속 그룹으로 내놓은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TXT) 역시 밝고 건강한 그룹을 표방하며 그런 교육을 받아왔다.

가요계 관계자는 "앞으로 화려한 춤,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처럼 인성과 메시지를 더욱 중요시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인성돌'(인성+아이돌)이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다.

◇K팝스타·기획사뿐만 아니라 사회차원 노력 필요  

아이돌과 함께 기획사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기획사 차원에서 사회적인 책임도 중요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YG는 불우아동과 청소년을 돕기 위한 비영리재단인 무주 YG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시작은 좋은 의도였을지라도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인 분위기다. 이번에 아이돌과 기획사의 구조적인 문제는 사회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싹 텄다는 지적이 크다. 승리와 YG가 대중적인 이름값으로 인한 화제성과 자극성으로 인해 전면에 부각되고 있지만, 더 심도 있게 짚어야 할 부분은 경찰 유착을 비롯한 사회 권력과 결탁 의혹이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성접대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19.03.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성접대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19.03.14. [email protected]

문 평론가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전적으로 개개인의 인성이나 K팝 산업만의 것으로 돌리는 건 곤란하다"면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강간문화가 재력과 권력을 만나서 벌어진 일이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CNN 역시 "버닝썬 스캔들은 한국 여성들이 끊임없이 불안감을 호소했던 '몰카'와 '약물 성범죄'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여성을 위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이번 사태를 짚으며 지난해 여름 수만 명의 한국 여성들이 경찰 몰카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는 시위를 서울에서 열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한국을 알리던 한류 문화의 첨병 K팝이 순식간에 시한폭탄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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