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상화 원조' 로버트 마더웰 '스페인 비가' 서울 왔다

기사등록 2019/02/27 15:59:54

최종수정 2019/02/27 16:58:26

바라캇 컨템포러리, 3월6일부터 페인팅 판화등 23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의 가장 로버트 마더웰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의 가장 로버트 마더웰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흑백으로 그려진 이 그림, 무엇을 그렸는지, 무슨 의미인지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 일명 '오토매티즘(Automatism)'으로 탄생했다. 우연성, 자발성으로 나왔다는 얘기다.

작가들도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는 마르셀 뒤샹, 존 케이지,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과 교류했다. 라우센 버그, 제스퍼 존스, 싸이 톰블리가 그의 제자다. 모두 미국 추상화의 선구자들이다.

 지금봐도 난해한 '추상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로버트 마더웰(1915~1991)이다. 1930~40년대 당시에도 추상화는 애를 먹었다. 대중들이 못알아보는 그림이었다.
 
마더웰은 미국 현대미술의 가장 혁명적 운동인 추상표현주의를 주도한 일원이다.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등과 함께 추상표현주의 1세대 그룹인 ‘뉴욕 스쿨’을 만들었다. 작가이자 비평가로도 활동, 유럽의 현대미술 특히 다다이즘을 미국에 체계적으로 알리는 데에 기여를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 마더웰의 예술세계는 20세기 모더니즘 회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모더니즘의 가장 중요한 비평가인 클레먼트 그린버그는 마더웰에 대해 ‘추상표현주의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도통 무슨 뜻인지 알수 없는 그림, '추상화의 원조'가 서울에 왔다.

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가 국내 처음으로 '로버트 마더웰 - 비가(悲歌)'를 개최한다.

 27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작품은 수묵화 같은 인상이다. 검은색만으로 칠해진 화폭은 붓질 하나로 기운생동함을 추구한 수묵화와 같은 결을 보인다. 스페인 비가 연작을 중심으로 페인팅, 습작, 판화 등 총 23점이 전시됐다.

로버트 마더웰의 ‘비가’ 연작은 마더월의 가장 핵심적인 회화 연작이다. 평생에 걸쳐 천착해온 주제이자 기념비적인 형식 실험인 '비가시리즈'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1948년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Elegy to the Spanish Republic)' 연작을 시작했다. 스페인 공화국’이라는 명칭은 1950년 새뮤얼 쿠츠(Samuel M. Kootz) 갤러리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괄호 안에 넣어져 표기되었다.

유진상 미술평론가는 "‘비가’라는 제목으로 이어진 이 작품은 추상표현주의 회화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가장 잘드러나는 연작이 되었다"면서 "흑백으로 그려진 수직의 사각형 혹은 선과 타원형의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된이 연작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지닌 힘을위로와 명상을 통해 경험하도록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10번 C, 1968, 종이 위에 아크릴, 15.2 x 20.3 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10번 C, 1968, 종이 위에 아크릴, 15.2 x 20.3 cm

'추상화의 원조' 로버트 마더웰은 금수저 출신이다. 1915년 1월 24일 워싱턴주 애버딘(Aberdeen)출신으로 아버지가 애버딘 주 은행장이었다. (부친은 나중에 웰스 파고 은행장,유니언 트러스트 컴패니의 사장이 됐다.)

마더웰은 1932년 스탠포드 대학으로 진학, 철학을 전공하며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에 심취하였으며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과 조우하고 그 동생인 마이클 스타인과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마더웰에게 부친은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하는 조건으로 페인팅 전공을 허락 한다.

1937년 하버드 대학으로 진학한 그는 당시 하버드 교수노조 대표였던 데이비드 프랄(David W. Prall)을 만나면서 사상이 변한다. 그로부터 스피노자의 ‘윤리학’ 및 미학에 관한 수업을 받았다. 특히 시민권, 노동관계, 스페인 내전 등과 같은 정치적 이슈들을 강의한 프랄은 마더웰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잠시 오리건 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의 마이어 샤피로(Meyer Schapiro)에게 사사 받기를 요청하게 되는데, 샤피로는 그가 페인팅을 동경한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프랑스 초현실주의 그룹과 조인시켰다.

24세인 1939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페인팅을 시작했다. 1940년대 초부터 10년간은 미국의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는 전환기였다. 화가였던 그는 저술가, 기획자, 비평가로 활동하며뉴욕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 활동에 참여한 핵심적인 인물로 급부상했다. 1945년부터블랙 마운틴 컬리지에서 강의하며 로버트 라우센버그, 사이 톰블리, 조엘 오펜하이머 등을 가르치며 후학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1948년 마더웰은 추상미술을 알리기 위해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등과 함께‘예술가의 주제들(Subjects of the Artist)’ 이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1950년 10월 켄터키주루이빌 대학에서 ‘뉴욕 스쿨(The New York School)’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 그가 이곳에서처음으로 언급한 ‘뉴욕 스쿨’이라는 명칭은 이후 미국 모던아트 1세대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가 되었다.

【서울=뉴시스】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국내 처음으로 로버트 마더웰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뉴시스】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국내 처음으로 로버트 마더웰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1958년부터 1985년까지 마더웰 생애의 중기에서후기에 걸친 시기에 그려진 것들이다.

1958년은 그가 세 번째 부인이자 동료 화가인 헬렌 프랑켄텔러(Helen Frankenthaler)와 결혼한 해이며 같은 해에 이들은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로 여행을 한해이다. 이는 작가의 스페인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첫 스페인 여행이었으며, 동시에 ‘비가’ 연작으로인해 프랑코 정부에 의해 추방 명령을 받는 등 매우 어려운 여행이기도 했다. 작가는 프랑스에서‘비가’와 관련한 작품들을 제작하는데 몰두했는데,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드로잉들은 이 시기에 속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가의 초기작인 '스페인 비가' 연작은 창살을 비집고 얼굴을 내미는 '감옥에 갇힌 인물들'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이 연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형태들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됐다. 예컨대, 성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거나 작가가 어린시절에 겪었던 부모에 의한 폭력을 떠올리면서 거세공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 비평가들도 있다. 하지만 생전에 작가는 그렇게 해석된 작품들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고 한다. “현실 세계의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온전히 정신상태에 대한 것”이라고.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하라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지만, 일본을 빼고는 아시아에는 소장처가 없다.

미국 최고봉 작가답게 작품 전시가 쉽지 않다. 지난 1월 홍콩 펄램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린바 있다. 바라캇 서울의 글로벌한 네트워크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마더웰의 개인전이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20세기 최고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로버트 마더웰의 회화는 어떤 구체적인 의미로 환원시켜서, 또는 이런 의미라고 하기 힘든 회화다. 강렬한 흑백의 대비로 나타나는 화폭을 보며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비'라고 보아도 상관없다. 추상화는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움직인다.  전시는 3월6 일부터 5월 12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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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상화 원조' 로버트 마더웰 '스페인 비가' 서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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