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참사 1년②]충북 소방 뼈 깎는 쇄신…갈 길은 아직도

기사등록 2018/12/17 09:34:49

올해 309명 등 2022년까지 1265명 충원

'18분 먹통' 논란 무전기, 디지털로 교체

인접지역 협력·취약층 매뉴얼 등도 필요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21일 오후 4시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도착한 제천소방서 굴절 사다리차가 구조작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2017.12.21.(사진=독자 제공) bclee@newsis.com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21일 오후 4시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도착한 제천소방서 굴절 사다리차가 구조작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2017.12.21.(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부상을 입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충북 소방의 구조적 문제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인재(人災)'였다.

소방 굴절차는 비좁은 골목길과 운용 미숙 탓에 제때 펴지지 않았고, 지휘부는 건물 구조와 요구조자 위치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곳에서 소방력을 낭비했다.

낡은 아날로그식 무전기는 현장 상황을 올바르게 전파하지 못했고, 부족한 현장 인력은 화재 진압과 구조 작전에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했다.

소방청 합동조사단과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도 당시 소방장비와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제대로 된 장비와 인력, 올바른 판단력만 갖췄더라면 좀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1년. 충북 소방은 뼈를 깎는 쇄신을 단행했다. 다시는 일어 나설 안 될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 기울였다.

우선 현장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인력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당시 다른 곳의 고드름 작업 후 오후 4시6분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은 5명(보조인력 1명 포함). 이들이 건물 3층 구조에 나선 뒤 2층 유리를 깨고 여성 사우나에 진입한 시각은 오후 4시43분이었다. 오후 3시48분 화재가 발생한 지 55분 뒤, 골든타임(4~5분)을 훌쩍 넘긴 때였다. 이곳에선 전체 희생자 29명 중 여성 희생자 18명이 나왔다.

소방당국은 이에 따라 올해 소방공무원 309명(화재진압대 141명, 구조대 51명, 구급대 54명, 상황실 16명, 광역특수구조단 12명, 관서 신설 35명)을 충원하는 등 2022년까지 1265명을 보강키로 했다.

현재 1762명에서 2071명으로 15% 증원된 수치로서 현장활동 법정기준인력(화재진압대원 5명, 구조대원 6인, 구급대원 3인) 충원율을 지난해 전국 8위에서 3위로 올리게 된다.

화재 당시 운용 문제를 드러냈던 사다리차도 확대·보급키로 했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최근 3년간 화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5층 이하 저층 화재가 94%인 점을 감안해 펌프차와 사다리차의 기능이 복합된 '다목적 소형사다리차'를 개발했다. 현재 청주 동부소방서와 서부소방서, 충주소방서, 음성소방서에 각 1대가 보급됐으며, 2021년까지 도내 전 소방관서에 8대가 확대 보급될 예정이다.

교신 불능으로 '18분 먹통' 논란을 불러일으킨 아날로그식 무전기도 올해 8월 디지털 무전기 1340대로 전면 교체됐다. 무선 중계국과 기지국도 보강함으로써 화재 현장의 올바른 상황을 제때 전달하는 체계를 갖췄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출동단계부터 가용소방력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 출동시스템'도 구축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같은 3층 이상 고층 화재의 경우 1개 지휘대, 물탱크차 1대 이상, 펌프차 4대, 다목적사다리차 1대 이상, 고가차 1대, 굴절차 1대 이상, 화학차 1대 이상, 1개 구조대, 1개 이상 특수구조단 등 13개 이상 출동대가 선제 출동하도록 개편했다. 주택화재, 공장화재 등 모든 화재에 대해서도 기존 출동대보다 1개~5개 늘어난 출동대로 확대 편성했다.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충북소방본부가 12일 충북 청주시 동남택지개발지구 내에 화재진압 역량 강화를 위해 플래시오버(화재가 공간 전체에 급속하게 확산하는 화재 발전단계)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진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2018.07.12 in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충북소방본부가 12일 충북 청주시 동남택지개발지구 내에 화재진압 역량 강화를 위해 플래시오버(화재가 공간 전체에 급속하게 확산하는 화재 발전단계)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진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2018.07.12 [email protected]

화재 당시 부실했던 현장대응에 대해서도 '매스'를 댔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올해 7월부터 현장 출동대원을 대상으로 매일 3시간(야간 2시간) 이상의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루 30분씩은 '신속출동·총력대응'을 통해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반복 시행 중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같은 대형화재 발생 시 몸에 밴 진압·작전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대형화재 때마다 소방차의 긴급통행로를 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와 소방차 출동 방해 차량에 대해선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지난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주택 밀집구역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굴절차가 500m를 우회하며 구조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 밖에 소방시설 폐쇄·차단 행위로 사망자가 발생할 땐 3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개정안이 추진되는 등 소방 전 분야에 걸친 강도 높은 혁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9일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와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마련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도 후진국형 대형참사를 막기 위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다중이용시설 화재참사 방지 대안은 뭔가'를 주제로 한 이날 세미나에서 김도형 미국 텍사스대학교 교수는 2003년 미국에서 발생한 로드아일랜드 나이트클럽 화재(100명 사망), 코넥티컷 요양원 화재(16명 사망), 테네시 요양원 화재(14명 사망)를 사례로 들며 "이들 화재 모두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많은 희생자를 냈다"며 "한국 역시 제천 화재참사와 같은 사고를 계기로 소방안전점검 및 노후건물 인허가 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전임책임연구원은 "제천 화재 당시 청주·충주·단양소방서보다 강원지역 영월소방서가 근거리에 위치했지만 지원요청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심각한 지역별 소방력 편차 해결을 위해 인접 시·도간 업무협력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중심의 안전관리 대책 마련과 상황실 근무자의 전문성 강화, 나이 및 장애 유형에 따른 취약계층 매뉴얼 조성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12월21일 오후 3시48분께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에서 발생, 29명(남자 6명, 여자 23명)이 목숨을 앗아가고 40명을 다치게 한 충북 사상 최악의 화마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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