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부정된 '사법농단 공모'…양승태 향하던 수사 '삐걱'

기사등록 2018/12/07 10:23:41

법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영장 모두 기각해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 있다'…공통된 기각 사유

임종헌은 발부…직속 상관들 공모는 인정 안 해

"상하관계 의한 지시·감독 범행" 검찰 주장 배척

【의왕=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병대(왼쪽 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12.07. park7691@newsis.com
【의왕=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병대(왼쪽 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1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법원이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배경 설명을 해 주목된다.

그간 검찰은 사법농단 사태를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 규정해 왔다.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두 전직 대법관, 그리고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모한 범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 시각은 달랐다. 두 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을 통해 사법농단 범죄 공모 자체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향후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 등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혐의 중 상당한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정도 등 공모 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관여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서의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을 지적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통으로 사법농단 사태에 있어서 두 전직 대법관의 공모 여부를 지적했다. 재판 거래 및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각계 사찰 등과 관련해서 두 전직 대법관이 범행을 실무진이나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모의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판단이다. 법원은 임 전 차장에 대해서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구속심사를 맡았던 것은 박 전 대법관 영장을 기각한 임 부장판사였다.

향후 정식 재판에서 다퉈질 부분이긴 하지만, 법원의 이번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실무 총책임자인 임 전 차장과 그의 직근 상급자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왕=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병대(오른쪽 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12.07. park7691@newsis.com
【의왕=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병대(오른쪽 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12.07. [email protected]
이는 검찰이 그간 주장해왔던 사법농단 사태의 범행 구조를 사실상 전면 반박한 것으로도 보인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태가 업무상 상하 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에 따른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때문에 지시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실무를 담당한 법관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의 상대방으로, 임 전 차장이나 그의 윗선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의 피의자로 보고, 그 책임 정도가 더 무겁다는 판단하에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법원이 밝힌 두 전직 대법관의 기각 사유에 비춰봤을 때 향후 보강수사 없이는 사법농단 사태의 최고 윗선의 공모 여부를 입증하는 데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관계가 충분히 성립될 수 있을 정도로 추가적인 증거 수집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또 법원은 앞서 진행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수사로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돼 있고, 도망칠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발부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은 법원 판단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게 법이고 상식"이라며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反)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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