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1.9배 '병상과잉'…입원율↑·사망률 감소 無

기사등록 2018/10/31 12:00:00

인구 1천명당 1병상 늘때마다 입원 19건 증가

경기 이천 사망비 전국 최고…강릉의 2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늘려야 사망비 9% 감소

"소규모 병상 억제하고 적정규모 병상 확대해야"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우리나라는 병상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2배 가까이 많지만 10개 중 7개가 중·소형 병원 병상인 까닭에 입원율만 높이고 사망률 감소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늘어날 때만 줄고 있어, 중·소 규모 병상은 억제하고 대규모 지역거점 의료기관에 균등하게 분포토록 하는 등 적정 병상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56개 의료생활권 간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 중간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의료생활권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 빅데이터상 입원 의료 이용 행태, 인구수, 이동거리 등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장기요양병상을 제외한 급성기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6.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개의 1.9배 수준이다. 그러나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병상이 50% 이상인 OECD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전체의 69%가 300병상 미만 중소형 의료기관 병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전국 56개 의료생활권 중 OECD 평균보다 낮은 지역이 한 곳도 없지만 11개 지역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었다. 소규모 병원이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의료이용지도 연구를 맡은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한국 의료생활권 간 의료결과를 분석했더니, 급성기병상이 인구 1000명당 1병상 증가할 때마다 1000명당 입원은 19건 증가했고 재입원비도 7% 증가했으나 사망률 감소 효과는 없었다. 반대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1병상 늘어나면 사망비는 9%, 재입원비율은 7%씩 감소했다.

 사망비는 우리나라 평균 사망률을 1이라고 볼 때 그보다 얼마나 많고 적은지를 나타낸 수치다.

 김 교수는 "큰 병원이 있어야 사망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라 생각하는 과도한 입원이나 재입원을 줄이고 자체충족률 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큰 병원은 있으면 좋고 병상은 많아봐야 별 소용이 없다"고 결과를 설명했다.

 실제로 중증도를 보정한 사망비가 가장 높은 진료권은 이천·여주로 우리나라 평균 사망비보다 1.7배 높았다. 가장 낮은 강릉·평창(0.8배)보다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유무가 나은 결과다.

 사망비가 가장 높은 이천·여주는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3.7개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는데 문제는 급성기병상 100%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지역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자체충족률도 45.4%로 전국 평균(64%)에 못미쳤다.

 반대로 강릉·평창은 평균 6.6개인 급성기병상의 63%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공급하고 있었다. 700병상급 지역거점 의료기관까지 갖추고 있어 종합병원이 없는 주변 속초(1.5배)나 영월(1.3배)보다 사망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당진, 서산, 고성, 거제, 시흥, 진천, 김천 등 300벼상 이상 종합병원이나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들은 모두 전국 평균보다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의료환경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졌을 거라 여겨졌던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어 되레 의료 사각지대가 됐다.

 일반적으로 불필요한 의료이용 형태로 지목되는 재입원율 또한 중소형 의료기관이 많은 지역일수록 높게 확인됐다. 위험도를 표준화한 재입원비율은 가장 높은 여수(1.4배)와 가장 낮은 천안·아산(0.8배)이 1.8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여수는 인구 1000명당 급병기병상이 전국 최상위권인 9.6개였다. 13%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공급하고 있지만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은 없었다. 인구 1000명당 입원건수도 334건으로 전국 평균 225건보다 많았다.

 반대로 천안·아산은 급성기병상수가 5.7개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는데 40%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공급하고 있으며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하는 종합병원도 있다. 입원건수도 204건으로 적었다. 진료기능이 열악한 지역에서 병상만 늘어날 경우 불필요한 입원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연구팀은 급성기병상을 OECD 수준으로 줄이면 지금보다 입원율을 23%, 재입원율을 20%씩 감소시켜 1인당 연간 진료비를 10만원 가까이(107만974원→97만2116원)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16년 현재 전국의 초과 사망자수는 고혈압성 질환 사망자와 비슷한 5599명이며 초과 재입원건수는 2만8562건에 달한다.

 아울러 입원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배치되면 퇴원 후 30일 이내 사망률은 25%,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은 24%씩 줄여 전국적으로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5% 경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병상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 측면에서 중소병원의 진료기능을 명확히 하고 급성기뿐 아니라 요양병원-요양원 등 협력체계를 갖고 상생하는 길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병상 공급량을 적정화하고 입원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도 및 진료권별 병상총량제, 급성기 종합병원 신설 병상기준 강화, 지역거점 병원 육성, 적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 기능 전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세균성폐렴과 고혈압, 당뇨 등 외래에서 잘 관리했을 때 입원을 예방할 수 있는 외래진료 민감질환은 소규모 병상 유무와 함께 일차의료기관 의사수, 경제 수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외래진료 민감질환 입원율은 인구 1만명당 181건이었는데 유아에서 5배, 노인에선 2배 평균보다 높았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가장 높은 곳은 해남으로 545건이었으며 낮은 곳은 76건인 용인시 수지구였다.

 이 경우 300병상 미만 병원 병상이 1000명당 1병상 늘면 입원율이 1만명당 30건 증가했는데, 일차의료 의사수가 1만명당 1명만 늘어나도 15건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공단 빅데이터운영실은 오는 12월 말 4년간 의료이용지도 연구를 마치고 내년 초 의료이용지도(KNHI-Atlas) 시각화 시스템을 누리집(nhiss.nhis.or.kr)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병원과 병상을 줄여온 것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계속 늘어나는 것에 대한 결과와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의료이용지도 연구를 시작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의료자원 공급의 적정화와 한국형 의료전달체계 구축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한국은 OECD 1.9배 '병상과잉'…입원율↑·사망률 감소 無

기사등록 2018/10/31 12: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