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마지막 장애물, '백스톱'은 무엇인가

기사등록 2018/10/17 22:35:21

【잘즈부르크=AP/뉴시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일 비공식 EU 정상회의 마지막날 단체 사진 촬영장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정상들과 섞이지 않고 홀로 서서 뒤의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내년 3월 영국은 EU를 떠난다. 2018. 9. 20.
【잘즈부르크=AP/뉴시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일 비공식 EU 정상회의 마지막날 단체 사진 촬영장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정상들과 섞이지 않고 홀로 서서 뒤의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내년 3월 영국은 EU를 떠난다. 2018. 9. 20.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오후5시(한국시간 밤 12시)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간절한 연설을 한다. 이어 메이 총리만 빠진 채 27개국 EU 정상들은 만찬을 하면서 영국의 요청을 들어줄 것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과 메이 총리가 원하는 것은 11월 중순에 다시 EU 정상회의를 열어 그간의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려 달라는 것이다. 그간의 협상을 승인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평가의 기회를 달라는 것으로 영국의 저자세가 읽혀진다. 27개국 정상들이 평가 회의를 갖고 오케이 사인을 내야 영국 의회 및 EU 유럽의회가 표결할 '브렉시트 딜'이 작성된다.

EU 27개 정상들은 17일 현재 상황으로는 한 달 뒤에 평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날 만찬에 메이 총리가 합석해 브렉시트 딜의 관건인 양측간 새 무역 체제에 대해 설명한 뒤 정상들이 브렉시트에 관한 11월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확정한다.

일이 이처럼 어그러진 것은 영국 영토 북아일랜드에 대한 '백스톱' 때문이다.

2017년 3월29일 발동된 브렉시트 협상은 지난해 12월 정상회의의 1차 협상 평가 통과로 올 3월부터 본격협상에 들어갔다. 지난해 예비협상이 '이혼정산금' 문제에 발목이 잡혔던 것처럼 올 본격협상은 북아일랜드 국경에 걸려 상식적 협상 시한인 11월 말까지 최종 딜 안의 마련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백스톱(backstop)은 유럽에서 별로 인기 없는 야구 경기 용어로서 포수 뒤쪽에 쳐진 철망을 가리킨다. 포수가 받지 못한 야구공이 계속 날아가 뒤쪽의 유리창 같은 것을 와장창 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단막이다. 여기서 야구공이 계속 날아간다는 것은, 2019년 3월29일부터 시작돼 2020년 12월31일까지 주어진 브렉시트 전환기 끝까지 브렉시트 후의 양측간 무역 및 안보 관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것이다. 노딜 상태로 계속 협상만 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EU가 걱정하는 것은 2년이 조금 남은 전환기마저 노딜로 끝났을 때 영국의 6400만 국민들이 겪을 어려움이 아니다. EU 27개국 4억5000만 명이 걱정하는 노딜의 '유리창 와장창' 사태는 북아일랜드과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진짜 국경이 생기는 사태다. 이를 막기 위해 EU는 '북아일랜드 국경 백스톱'을 요구하고 있다.

 와장창 사태를 막는 최후 안전망, 최악사태 대비 보험인 백스톱은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에서는 '딜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무조건 적용 시행되는 조항'을 뜻한다. 컴퓨터 용어의 '디폴트'와 같다. 노딜로 2021년을 맞게 됐을 때 EU가 유일하게 자동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이 지금처럼 없는 듯한" 상황이다.

이 백스톱이 없으면 노딜 경우 2021년 1월1일(혹은 1년 전환기 연장해 2022년 1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는 '진짜 실제의(hard) 물리적' 국경이 생겨나고 그에 맞게 검문소 등 국경 인프라가 세워질 수밖에 없다.

이곳의 '하드' 국경은 20년 전인 1998년 북아일랜드 내 민주통합파와 신페인 민족주의파 간 평화협정으로 사라졌다. 이것이 사라지기 전 30년 동안 양측은 무장 충돌을 계속해 3600명이 사망하고 5만 명이 다쳤다. 민주통합파(DUP)는 영국 본토섬(브리튼) 지향의 개신교이며 신페인은 아일랜드섬 원주인인 아일랜드 공화국 지향의 캐톨릭이다.

하드 국경이 세워진다고 해서 북아일랜드 내 양측이 다시 싸울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EU와 그 회원국 아일랜드 공화국은 유럽연합 탈퇴 자기결정의 대가로 영국에게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의 영구적인 '실제적 국경 없는' 상황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물자와 서비스와 사람이 지금처럼 마찰없이 출입 통과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후에도 북아일랜드는 EU의 관세동맹이나 단일시장 규정을 받은 '준 EU' 땅이여야 한다. 이는 EU 체제에서 벗어난 영국 본토 브린튼섬에서 아일랜드섬의 북아일랜드로 물자와 서비스가 이동할 경우 같은 나라임에도 다른 교역 규정이 적용되는 것을 뜻한다.

아일랜드섬과 브리튼섬 사이의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장벽이 세워지는 것이다. 북아일랜드의 민주통합당은 이를 결사 반대하고 있고 이 당의 의석에 기대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소수파 정권의 메이 총리는 결국 '한시적으로 북아일랜드뿐아니라 본토 브리튼섬을 포함 영국 전체가 EU 교역 체제에 속하는' 절충안을 냈다.

문제는 메이 총리의 이 전국 편입 안이 "한시적"이라는 조건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어느 특정 시점이 지나면 브렉시트 노딜 상황이더라도 북아일랜드의 EU 체제 귀속을 해제하며, 그래서 하드 국경을 세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메이 총리가 이 점을 지난 일요일인 14일 브뤼셀에 분명히 하자 EU는 그간의 모든 협상을 무효로 돌릴 수도 있다며 반발했다.

EU와 아일랜드 공화국은 노딜 상황에서는 언제까지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이 지금처럼 '투명하게 없는 것처럼' 존재하기를 열망한다. 이 염원이 더 좋은 안이 없으면 무조건 적용되어야 한다는 '북아일랜드 백스톱'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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