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실 인과관계 입증 못한 경찰…'무리한 수사' 여론 들끓어

기사등록 2018/10/10 17:55:31

【고양=뉴시스】이호진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 저유소 화재와 관련, 스리랑카인 A(27)씨에 대한 수사를 비난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2018.10.10.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asake@newsis.com
【고양=뉴시스】이호진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 저유소 화재와 관련, 스리랑카인 A(27)씨에 대한 수사를 비난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2018.10.10.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email protected]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 구속영장 신청 단계부터 논란을 빚은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 A(27·스리랑카)씨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신호철 차장검사는 10일 "중실화라는 게 중대한 실수로 화재가 났다는 것인데 풍등을 날린 것과 저유소 화재의 인과관계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단계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A씨는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된 지 48시간만에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A씨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저유소가 있는 걸 몰랐냐'는 질문에 짧게 "예"라고 답했다.

 A씨의 변호를 자처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최정규 변호사는 "너무 당연한 결과"라며 "실수로 풍등을 날렸다가 불이 난 걸 외국인 노동자를 구속했다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기심으로 풍등을 날렸을 뿐인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책임을 묻고 정작 풍등이 떨어지고 폭발이 발생할 때까지 18분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설 관리자들에 대한 조사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거셌다.

【고양=뉴시스】김선웅 기자 =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이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A씨가 지난 7일 오전 10:32경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장에서 풍등(지름 40cm, 높이 60cm)에 불을 붙여 날아가게 하였고 A씨가 날린 풍등이 300m 지점의 저유소 잔디밭으로 낙하했다. 이후 잔디에 붙은 불이 탱크(직경 28.4m X 높이 8.5m의 원통형)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문가 감정 등 수사 중에 있다. 2018.10.09. mangusta@newsis.com
【고양=뉴시스】김선웅 기자 =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이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A씨가 지난 7일 오전 10:32경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장에서 풍등(지름 40cm, 높이 60cm)에 불을 붙여 날아가게 하였고 A씨가 날린 풍등이 300m 지점의 저유소 잔디밭으로 낙하했다. 이후 잔디에 붙은 불이 탱크(직경 28.4m X 높이 8.5m의 원통형)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문가 감정 등 수사 중에 있다. 2018.10.09. [email protected]
A씨는 이날 재신청한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48시간 만에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9일 게시된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는 오후 5시 현재 2742명이 서명했다.

 청원자들은 "고양 저유소 사고는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책임을 씌우지 말라"고 경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처벌 대상은 힘 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한 송유관 공사 직원들"이라며 안전관리 책임자를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질타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며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인과관계를 소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고양=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 경찰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A씨가 지난 7일 오전 10:32경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장에서 풍등(지름 40cm, 높이 60cm)에 불을 붙여 날아가게 하였고 A씨가 날린 풍등이 300m 지점의 저유소 잔디밭으로 낙하했다. 이후 잔디에 붙은 불이 탱크(직경 28.4m X 높이 8.5m의 원통형)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문가 감정 등 수사 중에 있다. 2018.10.09. mangusta@newsis.com
【고양=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 경찰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A씨가 지난 7일 오전 10:32경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장에서 풍등(지름 40cm, 높이 60cm)에 불을 붙여 날아가게 하였고 A씨가 날린 풍등이 300m 지점의 저유소 잔디밭으로 낙하했다. 이후 잔디에 붙은 불이 탱크(직경 28.4m X 높이 8.5m의 원통형)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문가 감정 등 수사 중에 있다. 2018.10.09. [email protected]
이때문에 향후 재판에서도 중실화 혐의가 인정될 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고양경찰서 수사팀 인력에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 인력 11명을 지원, 수사인력을 늘려 대한송유관공사의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돌아섰고 검찰 단계에서 구속영장 마저 기각되면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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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과실 인과관계 입증 못한 경찰…'무리한 수사' 여론 들끓어

기사등록 2018/10/10 17:55:3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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