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한, 짧으면 12년뿐
0.5도 이내 억제 희망 크지 않아
한국 인천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러한 보고서를 펴낸 IPCC 회의 참석 과학자들은 그러나 세계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잘 대처할 것이라는 희망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IPCC 회의에 참석한 나라들은 이날 기온 상승 폭을 현재 기온에서 1도를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지난 2010년 IPCC가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이후 지금까지 상승한 기온이 1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수준보다 1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2015년 기온 상승 목표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와 1.5도 이내의 2가지로 설정한 것과 관련, IPCC 보고서는 향후 기온 상승 폭을 0.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과 1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 사이의 큰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향후 기온 상승을 지금보다 0.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다면 열파 발생과 과다한 강우량, 생물 멸종 및 해수면 상승과 산호초 괴사,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것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728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향후 기온 상승 폭을 현재보다 0.5도 이내로 제한한다면 1도 상승하는 것에 비해 ▲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사람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 열파와 스모그, 전염병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은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하며 ▲ 해수면 상승이 10㎝ 낮아지고 ▲ 서식처를 잃는 척추동물 및 식물의 개체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 열파와 폭우, 가뭄의 발생이 크게 감소하며 ▲ 남극 서부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세계 산호초의 대부분이 죽어 없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미국 코널 대학의 기후전문가 내털리 메이허월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 폭을 현재 기온보다 0.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다면 지금과 비슷한 생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지만 1도 이상 상승하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보고서 작성을 함께 한 호주 퀸즐랜드 대학 세계기후변화연구소의 오베 회그-굴드버그는 말했다.
기후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온 상승을 현재보다 0.5도 이내로 묶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취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현재 기온 대비 0.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온 상승 폭을 지금보다 0.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12년, 길어도 34년밖에 시간이 없음을 의미한다.
기온 상승 폭을 지금보다 0.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전 세계의 연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2030년에는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야 하고 2050년에는 CO₂ 배출량이 영(零)이 돼야만 한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건강과 삶의 질, 식량 안보, 식수 공급 및 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위험 부담은 점점 커질 것이며 그 영향은 빈곤층이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기후과학자 마이클 오펜하이머는 기온이 지금보다 0.5도 이상 오를 경우 극단적 기후, 특히 열파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지난 2015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많은 인명을 앗아간 열파가 매년 일어나는 연례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IPCC 보고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했다. 각국 정부와 사람들이 보고서에 따라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 사항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한스-오토 포트너는 "지금 당장 세계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지구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