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총량제·회상금지제 등 청년들 풍자에 박원순 '혼쭐'

기사등록 2018/09/02 17:57:59

서울 청년의원들, 기성세대 태도 풍자

청년의원 박원순에 "발언총량제 지키라"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2일 오후 서울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의회' 에서 참석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9.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2일 오후 서울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의회' 에서 참석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9.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청년들의 도발적인 세태 풍자에 혼쭐이 났다. 기성세대의 태도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청년세대들의 기지에 박 시장은 박수를 보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이날 오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울청년의회 행사를 열었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 19~39세 청년 100여명이 '청년의원' 자격으로 본회의장을 찾았다.

 청년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시정 각 분야별로 다양한 제안을 내놨다. 박 시장과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정과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공존도시 분과 김진우 청년의원의 발표가 백미였다. 김 청년의원은 "탈권위와 다양성 존중을 위한 공감과 존중의 언어사용 캠페인을 추진해보자"고 말했고, 그와 동시에 의장석 옆 대형 화면에 발언총량제, 경청보상제, 존칭의무제, 회상금지제란 문구가 떴다. 이를 본 청년의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발언총량제는 기성세대의 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꼬집는 제도다. 듣기 싫은 기성세대 잔소리의 총량을 정해 말수를 제한하자는 의미다. 경청보상제는 청년의 말을 듣지 않는 기성세대를 비판하기 위한 제도다. 기성세대가 청년의 말을 잘 들을 때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존칭의무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하대하는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제도다. 회상금지제는 "내가 너희들 나이 때는 말이야" 등 예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훈수를 두려는 기성세대의 태도를 비꼬는 제도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의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9.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의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9.02. [email protected]

 김 청년의원은 이 제도를 바로 실행했다. 그는 답변자로 박원순 시장을 지목한 뒤 박 시장이 단상에 올라서자 "발언총량제를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해 청년의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박 시장은 "무조건 다 시행하겠다. 특히 회상금지제도부터 실현하겠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자 김 청년의원은 "박 시장이 발언총량제를 수용했으니 이제 저희가 경청보상제를 적용하겠다. 의견을 자연스럽게 말해달라"며 박 시장의 발언권을 보장했다.

 이에 박 시장은 "오늘 발표 내용이 매우 인상 깊었고 감명 깊었다"며 "공존의 도시를 만들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힘들다. 오늘 (김 청년의원이) 발표한 것을 100%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분위기도 반영됐다. 기조연설을 비롯해 10명의 발언자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차해영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성별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3개월 혜화역과 종로 일대에는 10만명이 운집했다. 광장을 채운 이들의 다수는 10대에서 30대의 젊은 여성들이었다"며 "특정한 개인의 서사로 여겨왔던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거대하게 연결되고 있다. 혜화역 시위는 이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가연 성평등 분과 청년의원은 "서울시는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 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여성안전과 성평등 관련 항목은 찾을 수 없었다. 성평등 얘기는 전무하다. 여성 안전 예산은 왜 역대 최대로 편성하지 않냐"며 "박원순 시장과 시의원과 서울시 실국장은 모두에게 제안한다. 공감한다면 변화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의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9.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의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9.02. [email protected]
이에 박 시장은 "(임기동안)나름 젠더정책을 펴왔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부족했다"며 "여성정책을 획기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청년의원들은 ▲모든 비진학 훈련생을 대상으로 훈련수당 지급 ▲역세권 전체 공급 물량 중 서울시 직접 공급과 월세-보증금 지원 물량 확대 ▲서울시 공식 시정참여 위원회에 청년 참여 15% 의무화 등을 서울시와 시의회에 요구했다.

 장애인분과 문화진 청년의원의 제안에는 박 시장은 깜짝 발표로 화답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날 단상에 오른 문 청년의원이 저상-일반 버스의 규칙적 배차와 버스기사 저상버스 설비사용 교육 강화를 요구하자 박 시장은 "이런 것은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제가 하루 동안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의 대중교통을 경험하겠다"며 휠체어 체험을 예고했다.

 박 시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청년의원들의 발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 말씀 들었다. 노골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뼈아픈 말씀을 들었다"며 "많은 것은 깨닫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여러분이야말로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청년세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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