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력 진압' 놓고 조현오-강희락 파워게임

기사등록 2018/08/28 13:18:30

당시 조현오 경기청장·강희락 경찰청장과 갈등

결국 첫 병력 투입 때 경찰청장에게 보고 안 해

조사위 "상명하복 경찰 조직에서 굉장히 이례적"

조현오, 쌍용차 강제 진압 이후 경찰청장 영전

강희락은 '함바집 비리' 수사로 MB정부서 실형

【서울=뉴시스】왼쪽 조현오 16대 경찰청장. 오른쪽 강희락 15대 경찰청장.
【서울=뉴시스】왼쪽 조현오 16대 경찰청장. 오른쪽 강희락 15대 경찰청장.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옥쇄파업을 경찰이 강제 진압할 당시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직속 상관이자 경찰 조직 내 최고 지휘관인 경찰청장을 무시하고 이명박(MB) 정부 청와대에 직접 무력 투입을 승인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쌍용차 사건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는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2009년 5월22일부터 같은 해 8월6일까지 평택공장 옥쇄파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을 사용하고 헬기를 투입했다.

 당시 경찰 헬기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저공비행 하는 이른바 '바람작전'을 펼쳤다. 6월25일부터 8월5일 사이 2급 발암물질인 다이클로로메탄을 혼합한 최루액이 담긴 물 20만ℓ를 공중에서 노조원을 향해 사방으로 뿌리기도 했다.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최초 사례다.

 조사위에 따르면 이같은 강경 진압 결정은 조 전 청장과 MB 정부 청와대의 교감하에 이뤄졌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8월 4~5일 이틀간 진행된 공장 진압 작전을 반대했다. 8월2일 노사 협상이 결렬됐지만 협상의 여지가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반면 조 전 청장은 진압 작전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조사위는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청와대의 승인을 받아 대규모 진압 작전을 지시했다고 봤다.

 치안총수인 강 전 청장은 4일 대규모 병력이 공장으로 첫 진입할 때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조 전 청장이 이튿날 재차 공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려고 하자 강 전 청장은 작전을 중지하라고 지시했지만 조 전 청장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싸용자도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조와해 비밀문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18.08.2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싸용자도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조와해 비밀문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18.08.28. [email protected]

 무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강 전 청장의 지시는 부하인 조 전 청장에게 묵살당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7월31일 '특공대 쌍용자동차 상황출동 관련 업무지시(통보)'를 통해 "경찰특공대는 대테러 장비는 경찰청 경비국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출동 시 휴대치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또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는 불법폭력, 불법집회에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고 강력범을 제압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총책임자(강 전 청장)와 지방책임자(조 전 청장) 간 의견이 대립해서 지방책임자가 청와대에 직접 접촉했다"며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유 위원장은 "두 전 청장들과 조사위가 직접 이야기했고 이 부분(조 전 청장 청와대 직접 보고)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조사위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경찰특공대를 노조 파업이나 집회시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여겼다. 경찰특공대는 본래 테러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는 조 전 청장의 성과평가 기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조 전 청장은 '성과주의 정착을 위한 전·의경부대 등급별 관리계획'에 따라 시위자 구속 1명당 2점, 불구속 1명당 1점, 훈방 1명당 0.1점을 부여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3월~2010년 8월 경찰청장을 지냈다.

 조 전 청장은 2009년 1월~2010년 1월 경기지방청장을 지낸 뒤 7개월 동안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임했다. 이후 강 전 청장의 뒤를 이어 2010년 8월 16대 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MB 정부의 강경 진압 작전에 사실상 반기를 든 강 전 청장은 2011년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2012년 6월 대법원은 징역 3년6월, 벌금 7000만원,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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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무력 진압' 놓고 조현오-강희락 파워게임

기사등록 2018/08/28 13:18:3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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