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감정노동 보듬기..."악성고객 그래도 여전"

기사등록 2018/08/26 08:15:00

롯데백화점, 고객 대응 매뉴얼 발간 등

수년 전이나 최근이나 악성고객은 여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앞에서 한국노총, 고용노동부 서울청 등이 주최한 '감정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산업재해예방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2015.11.0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앞에서 한국노총, 고용노동부 서울청 등이 주최한 '감정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산업재해예방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2015.11.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유통업계 직원들의 감정노동 문제는 해묵은 이슈지만 여전히 고객들의 막말과 갑질 등은 유통가의 고민거리다. 이에 유통업체들이 직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3일 이른바 '악성 고객'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 ‘존중 받을 용기’를 내놨다. 해당 매뉴얼에는 ▲악성 민원 제기 고객 정의 판단기준 ▲응대 방법 ▲응대 테크닉 ▲상황별 참고 법령 등이 담겼다.

 특히 여기엔 '친절하돼 필요이상의 저자세는 지양해라', ‘고객이 무릎 꿇고 사과 요구 시 단호하게 응대 종료 언급', ‘악성 고객에겐 일체 협의 보상 중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예전처럼 고객에게 무조건 굽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직원들의 감정손상 문제를 반영해 매뉴얼을 제작했다.

 이처럼 정면 대응 방안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감정노동에 지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방향을 택한 곳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3일 협력사원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안마사 ‘헬스키퍼’를 고용해 상주키로 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새롭게 도입한 이 제도는 본점과 강남점부터 먼저 시범 운영한 뒤 전 점포로 확대해 20여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마사지실 ‘S 테라피룸’도 만들었다. 신세계 측은 한 달에 200명 정도가 헬스키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직원들의 감정손상을 달래기 위한 노력했다. 2016년 롯데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고객 서비스 직원들을 위해 폭언과 협박, 폭력, 성희롱 등 상황에 따른 대응방법을 만화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자를 내놨다. AK플라자는 2015년부터 직원 휴게실을 VIP 라운지처럼 꾸미고, 마사지실·수면실 등을 만드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광장에서 녹색소비자연대 등 참석자들이 '감정노동자, 존중받아야 할 당신의 가족입니다'를 슬로건으로 열린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전국 릴레이캠페인에서 소비자실천 약속을 외치고 있다. 2014.09.26. go2@newsis.com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광장에서 녹색소비자연대 등 참석자들이 '감정노동자, 존중받아야 할 당신의 가족입니다'를 슬로건으로 열린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전국 릴레이캠페인에서 소비자실천 약속을 외치고 있다. 2014.09.26.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협력사 직원들의 감정노동 문제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악성 고객들의 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유통사업장 노동환경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유통 사업장 114곳 3470명의 매장 종사자 중 61%는 고객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경험했고, 89.3%는 강압에 의한 감정표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들의 이 같은 상황은 8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텔레마케터 인권상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텔레마케터의 74%가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7%는 '언어를 통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은 다르지만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악성 고객들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유통업체들이 직원들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가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한발 빼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협력사 직원들이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협력사 직원들이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관리 및 교육을 받는 만큼 감정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나 백화점 직원들은 어디까지나 해당 매장에 속해있는 사람들”이라면서 “분쟁이 발생하면 우리가 나서서 직원들을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지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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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감정노동 보듬기..."악성고객 그래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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