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한국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한 지 111년 만에 신화적인 폭염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사람도 힘들지만, 가축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마7 인3'이라 불릴 정도로 말의 중요성이 큰 경마를 주관하는 한국마사회 역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 경마 수준 향상과 말산업 육성의 근간인 씨수말들이 행여 탈이라도 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렛츠런팜 제주에서 키우는 명마 '메니피' 등 씨수말 8마리의 여름나기를 소개했다.
경마는 '혈통 스포츠'다. 한 마디로 혈통 좋은 말이 그렇지 않은 말보다 더 잘 달린다. 결국 명마의 맥을 이어갈 좋은 유전자를 가진 씨수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메니피는 '파워블레이드' '디바이드윈드' 등 자마가 올 상반기 획득한 상금만 약 39억원에 달한다. 우수한 명마를 자녀로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자·녀 이후에도 명마를 탄생시킬 가능성이 큰 최강 씨수마답게 몸값이 100억원대로 평가되지만, 사실상 '부르는 것이 값'이다.
씨수말은 최상급 대우를 받는다.
'마방' 품격부터 다르다. 일반 경주마가 시멘트로 만들어진 마방에서 산다면 씨수말은 최고급 원목 마방에서 산다. 크기도 7~8평 정도로 일반 경주마 마방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사람으로 치면 5성급 호텔에서도 국가원수급이나 묵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름이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가 쉴 새 없이 시원한 바람을 뿌린다.
경력 20년이 넘는 씨수말 전담 관리사가 관리하고, 수의사가 한 달에 두 번 건강 체크를 할 뿐만 아니라 24시간 보호한다. 특히 자마 성적마저 좋은 특급 씨수말에게는 전담 수의사가 배치된다. 정해진 운동 스케줄에 따라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등 체력 관리도 빠뜨리지 않는다.
씨수말은 2000평가량 되는 전용 초지를 배정받아 다른 말의 방해 없이 드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노닌다. 작렬하는 여름 태양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커다란 나무도 식재됐다. 운동한 뒤에는 체열이 빨리 식을 수 있도록 샤워와 얼음 마사지가 제공된다.
말은 피부에 땀샘이 거의 없는 개와 고양이와 달리 사람처럼 몸에서 땀을 흘린다. 충분한 물 섭취와 함께 식단 조절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홍삼·마늘·비타민·오메가3 등 영양분이 듬뿍 담긴 여름 대비 영양식이 하루 세끼 제공된다. 미국산 토끼풀 '알파파'를 압축해 만든 수입 간식도 먹여 무더위 속 입맛을 살린다. 하루 총 식비는 12만원 정도다. 일반 경주마 식사와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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