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기온 기록된 날…사람도 동물도 "더워 못살겠다"

기사등록 2018/08/01 16:07:25

최종수정 2018/08/07 10:22:52

숨막히는 실내 피해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

선풍기 뜨거운 바람…얼음생수로 열 식혀

쪽방촌에선 방 안이 사우나…엄청난 습기

"여기 사람들은 다 뜬눈으로 밤을 보내"

동물들도 폭염 피해 실내나 그늘로 이동

동물원 측 "동물 안 보여도 양해해달라"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창신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유제건(60)씨의 쪽방 앞 통로. 창문이 없어 선풍기를 틀어도 순환이 되지 않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2018.08.01.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창신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유제건(60)씨의 쪽방 앞 통로. 창문이 없어 선풍기를 틀어도 순환이 되지 않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2018.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사건팀 = 서울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1일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고된 하루였다.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쪽방촌 주민들은 뜨거운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누그러뜨려야 했고 동물원의 동물들도 햇빛을 피해 실내로 숨어들었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 뒷쪽의 쪽방 상담소에는 겉옷을 벗은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이들은 상담소에서 제공하는 얼음생수를 몸에 대고 뜨거운 열기를 식혔다. 무섭게 내리쬐는 햇볕을 선풍기로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길 바닥에 앉아있던 70대 남성은 "방이 너무 더워서 선풍기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며 "에어컨보다는 몸에 두를 수 있는 냉동조끼가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폭염 속에서도 이곳 쪽방촌 주민들은 자선단체가 제공해준 삼계탕으로 더위를 식혔다. 남대문 쪽방상담소의 최진형 사회복지사는 "다행히 이곳은 주민들 간 네트워크가 있어서 안부를 물을 수 있기에 노인들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적다"며 "오히려 일반주택이 위험을 막기가 더 어렵다"고 전했다.

 삼계탕을 받은 90대 할머니는 "여기서는 물도 주고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으니 낫다"며 "오늘 최고로 더운 것 같은데 에어컨 바람 없이는 더워서 못 견디겠다"고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고 있다. 2018.08.01.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고 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쪽방촌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주민들은 개문냉방하는 가게의 출입구 쪽으로 모여 더위를 식혔다.

 쪽방촌에서 3년 동안 살았다는 유제건(60)씨의 턱 밑에는 땀이 고여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고인 땀이 뚝뚝 떨어졌고 반팔 티셔츠는 땀으로 다 젖은 상태였다.

 유씨는 "방 안이 사우나 같아 도저히 안에 있을 수 없다"며 "제습제를 둬도 금방 다 쓸만큼 습기도 엄청나다"고 전했다.

 유씨는 "선풍기를 틀어도 창문이 없으니 공기가 순환이 안 돼 더 덥다. 에어컨이 비싸기도 하고 전기값이 많이 나와 집주인이 들이지 말라고 하더라"며 "여기 사람들은 다 뜬눈으로 밤을 보낸다"고 하소연했다.

 이교완(75)씨도 "50년째 창신동에서 살고 있는데 이렇게 더운 적은 처음"이라며 "밤에 잠을 못 자니 아침에 일어나도 일을 하기가 힘들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라고 했다.

 한희선(61)씨는 창신동 쪽방상담소에서 준 생수 열 병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한씨는 "더워서 내가 미쳤나보다"며 "상담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생수 10통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줘서 오늘 가져왔다"고 말했다.

 웃통을 벗은 시민들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다. 윗옷을 입지 않고 더위를 버티던 김순태(68)씨는 "그냥 가만히 있는 수밖에 더위 피하는 방법이 뭐 있겠느냐"며 숨죽이고 있었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08.01 s.wo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동물들도 이례적인 폭염을 피하기 위해 그늘이나 실내를 찾아 몸을 숨겼다.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아시아코끼리들은 그늘에서 미동조차 않았다. 그러다가 스프링쿨러가 가동되자 잠시 그늘에서 나와 물을 맞고는 다시 그늘로 천천히 돌아갔다.

 아프리카 중서부가 주요 서식지인 소과 동물 무폴론은 잠시 풀을 뜯다가 음지로 향했다. 얼룩말도 잠시 야외에 나왔다가 이내 지친 모습으로 실내를 찾았다. 반달가슴곰은 배를 보이고 누웠다가 금세 해가 비치지 않는 곳으로 몸을 피했다.

 사슴들은 무리지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견디는 모습이었다. 표범은 그늘에 늘어져서 움직이지 않았으며, 부엉이도 우리 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동물이 보이지 않는 다수의 우리 앞에는 ‘폭염으로 인하여 내실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동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양해해주세요‘라는 표지가 붙었다.

 이 동물원 허호정 조련사는 "폭염에 동물들을 관람 시간 내내 꼬박 나와 있도록 할 수 없어 내실 문을 열어 놓고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내실에는 적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냉방 시설을 해뒀다"며 "날씨를 봐가면서 필요하면 대형 선풍기를 추가로 들여놓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맹수 우리 앞에 폭염으로 인한 내실 개방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다. 2018.08.01 s.wo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맹수 우리 앞에 폭염으로 인한 내실 개방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폭염 속 동물원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관람객도 일부 있었다. 대구에서 산다는 이은영(22)씨는 "서울 방문길에 동물원을 찾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운 것 같다"라며 "일부 나와 있는 동물들도 있지만 대부분 실내에 들어가 있어서 얘들도 더워하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람객들은 "산책겸 나왔는데 너무 덥다. 동물들도 지쳐있는 것 같다" "너무 더워서 실내관에 있는 동물들이나 보고가야겠다"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관람객 가운데서는 "사자를 보러왔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동물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9도를 넘어섰다. 이는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한 수치다. 전날인 7월31일까지 가장 더웠던 날은 1994년 7월24일 38.4도로 기록돼 있었지만 1일 기록이 이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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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기온 기록된 날…사람도 동물도 "더워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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