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오딧세이]하반기 저렴하고 빠른 해외송금 온다…은행권 가세하나

기사등록 2018/07/27 10:48:50

금융시장 리플 안고 해외송금 상용화 박차

실시간 거래에 수수료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기술적 한계와 법적 쟁점에 상용화는 시간 걸려"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은 신뢰 획득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효용이 있다고 언급했다.

 상대방을 믿지 못해 다수의 중개자 개입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말하는데 중개비용이 높거나 중개기관의 효율성이 낮다면 더욱 유용하다.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산업은 단연 금융이다. 보안성과 정보 신뢰성을 기반으로 거래는 물론 결제·송금, 투자·대출 등 금융시장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국제 송금이 대표적이다.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송금을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강점에 핀테크 업체는 물론 은행권도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해외송금에 블록체인 적용…수수료 저렴하고 실시간 송금 가능

27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하반기 국내에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서비스가 도입될 것으로 점쳐진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닌 리플(Ripple)을 통해서다.

리플은 은행 간 비효율적인 송금 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제작된 암호화폐로 소수가 거래 검증을 하는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이다. 리플넷(Ripple Net)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나 중앙은행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해준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지난 5월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엑스커런트(xCurrent) 솔루션' 도입 계약을 했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최초다.

현재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을 이용하면 외국환은행, 해외은행, 지급은행까지 총 3~4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송금 완료까지 2~5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엑스커런트는 정부, 중앙은행 등을 거치지 않아 해외 송금 과정을 10초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인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해외 송금 서비스에 솔루션 적용을 완료할 방침"이라며 "송금 수수료는 1%대로 기존 은행권 수수료의 5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해외송금 시장을 독식해 온 시중은행도 뛰어들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리플 '엑스커런트' 고객사 대열에 합류했다. 두 은행은 지난해 12월 일본 SBI그룹과 리플 간 합작사인 SBI 리플 아시아와 제휴를 맺었다. SBI 리플 아시아의 해외 송금 솔루션에 대한 기술 검증을 마치고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를 벌였다"며 "서비스 도입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은행 모두 "은행 시스템으로 연동해 실물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상용화가 결정되도 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두 은행을 포함해 국내 대형은행은 20여개 글로벌 은행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결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 '아전트(Argent)'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스페인 최대은행 산탄데르가 지난 4월 리플과 손을 잡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외환 결제 서비스 '원페이FX'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자사 결제 시스템에 적용한 유럽 최초 은행이다. 스페인과 영국, 브라질, 폴란드에 출시했는데 각국의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은 각각 다른 국가 결제 옵션을 제공받는다.

국제금융센터는 "산탄데르의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출시는 핀테크 업체들이 해외송금 서비스 영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글로벌 대형 은행권이 처음으로 전면 대응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해외송금 영업경쟁이 가시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일본 은행권도 블록체인 적용을 본격화했다. 61개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플과 제휴를 맺고, 하반기 은행 간 송금 서비스인 통합 어플리케이션 '머니탭Money Tab)'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보험산업에서는 블록체인이 본인인증을 넘어 보험금 자동청구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보생명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손보험료 지급 시스템을 지난해 4월부터 구축하고 있다. 100만원 미만 소액 보험금을 고객이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알아서 지급하는 서비스다. 병원증명서 발급 및 보험사 제출 절차 없이 보험가입자는 병원비 수납만 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이는 정부가 주관한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 중 하나다. 교보생명은 현재 인제대 상계백병원, 삼육서울병원, 가톨릭대성빈센트병원에서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 전국 20개 병원을 대상으로 교보생명 전체 고객에게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본인인증 수준을 넘어 블록체인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적 한계에 법적 쟁점까지 "상용화는 시간 걸려"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실질적인 비즈니스는 이제 막 걸을음 뗐다고 해도 과언이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초당 거래 승인 건수를 높여야 하고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러한 한계로 금융시장에 블록체인이 도입되더라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리플의 초당 거래량은 1500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20 안팎)보다는 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현재 통용되고 있는 카드사는 초당 적어도 1만건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인터넷 TCP/IP 프로토콜 같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코인원의 해외송금 서비스도 일단 일본과 필리핀에서 시범 운영하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5~7개 국가로 늘릴 방침이다. 연내 10개 국가 연동이 목표다.

금융권은 더 보수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리플 제휴 은행이 세계적으로 100여곳에 이르지만 해외송금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엑스커런시를 도입한 기관과 별도로 또 제휴를 맺어야 한다"며 "초기에는 일부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기존 시스템을 뛰어넘는 혁신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연 인터넷 전문은행은 건당 수수료가 5000원 정도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주요국에 지점을 보유한 씨티은행의 송금망을 이용하는데 소요 기간이 2~5일로 시중은행과 유사하다. 블록체인은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은 이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법률적 문제도 남아 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된다.

예컨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도 스마트 계약을 구동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 21 조(개인정보의 파기)'에 의하면 보유기간의 경과,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달성 등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됐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개인정보를 파기해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파기할 수 없다. 물론 블록체인에는 개인의 실명이나 의료기록 원본이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된 문자로만 남게 된다. 현재의 기술로 해석이 불가능한 기록이라 해도 개인으로부터 발생한 기록은 법률 상 개인정보로 보기 때문에 이를 블록체인으로 상용화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스마트 계약은 현재 법적 강제성이 없고 알고리즘에 의한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 불이행 시 피해 보상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기도 힘들다. 향후 책임 소재에 관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기술로는 처리 속도·용량의 문제나 법률적·제도적 문제로 기술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블록체인이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며 "블록체인이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다면 기존 인프라를 바꿀 필요는 없다. 철저한 테스트베드 검증을 거치면서 기존 시스템 대비 기술 및 비용의 효율성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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