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국경강화' 도미노…伊·오스트리아 "국경 폐쇄" 경고

기사등록 2018/07/04 15:59:32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우리도 국경 막겠다"

【브뤼셀=AP/뉴시스】 EU 정상들이 28일 원탁회의에 착석하기 앞서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느새 얼굴에 웃음기가 걷혀졌다. 가운데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틀 회의에서 이주자 관련 협력을 구체화하지 못하면 앞날이 어둡다. 2018. 6. 28.
【브뤼셀=AP/뉴시스】 EU 정상들이 28일 원탁회의에 착석하기 앞서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느새 얼굴에 웃음기가 걷혀졌다. 가운데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틀 회의에서 이주자 관련 협력을 구체화하지 못하면 앞날이 어둡다. 2018. 6. 28.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약속한 난민 대책 합의가 유럽의 연쇄 국경 강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폴리티코EU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정부는 독일이 남부 국경에 이른바 '통과 센터(transit center)'를 설립한다면 국경 통제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제호퍼 장관과의 장시간 회의 끝에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을 돌려 보내야 한다는 제호퍼 장관의 주장에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70년 전통의 연합당을 꾸리고 있는 기독사회당(CSU)을 이끄는 제호퍼 장관이 사퇴 카드까지 내놓으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한 결과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 통과 센터를 세워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로 난민을 돌려 보내기로 했다. 다만 해당 국가가 이에 동의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오스트리아로 보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극우 연정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당수 겸 부총리는 성명을 통해 "유럽 전역에 유사한 대책이 도미노처럼 퍼질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오스트리아에 유입되는 난민을 막기 위해 독일 정부와 유사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과 맞닿아 있는 남부 국경을 강화해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제호퍼 장관과 회담한 헤르베르트 키클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그런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솔직히 나는 그런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난민 구조선박 입항 거부로 유럽 내 난민정책 논란에 불을 지핀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역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가 국경을 폐쇄할 준비가 됐다면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이어 "나는 내일부터라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에서 통제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향해 엄포를 놓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접경지역인 일명 '브레너 패스(Brenner Pass)'는 유럽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주요 교역로이자 이탈리아 뿐 아니라 북유럽 시장에 중요한 통로다. 국경을 막으면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기업은 벌써 그 여파를 우려해 정부를 향해 "브레너 국경 폐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슬로베니아 역시 "우리의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 이전에 이웃한 국가에 국경 계획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독일의 국경 강화와 그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 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 조약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 EU 관계자들은 독일의 타협안에 따라 EU 내 국경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유럽 국가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타협안은 메르켈이 난민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2015년 난민을 포용했던 것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남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독일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한다면 유럽에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제호퍼 장관은 오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양국 간 협상을 추가 논의한 뒤 오는 1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내무장관 회의에 앞서 살비니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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