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안]일선 검사들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결론내나" 반발

기사등록 2018/06/21 18:24:56

보완수사요구권 제도 실효성 의문…수사 지연 우려

수사종결 후 이의신청, 경제적 약자엔 어려울 수도

변협 논평 "부실수사 종결 전까지 통제 방법 없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6.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정부가 21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하면서 부실수사를 방지하는 '이중장치'가 완화돼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합의문에는 검찰에 기소권과 함께 사건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 통제권을 부여했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각종 요구권으로 경찰을 견제하도록 했지만 사건 송치 전부터 수사지휘를 해왔던 검찰 권한이 이전보다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의견이 다를 경우 (보완수사요구권 등)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면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를 오가면서 결론을 내지 못해 수사가 지연되고 자칫 증거가 사라지거나 범인이 부당하게 면책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로부터 올 수 있는 혼란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나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공소시효가 6개월인 선거사범의 경우 수사 지휘를 전혀 하지 못하다가 시일이 임박해 사건을 송치 받았는데 부실수사로 나타난다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수사종결권은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판단의 영역이라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던 검찰 의견과는 다르게 경찰에 1차적 권한을 넘겨준 데 대한 염려도 있다.

 이 관계자는 "수사종결을 한 후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변호사 조력을 받아 견제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는 분들이 훨씬 많다. 경찰 수사에 문제를 찾지 못해 이의 제기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하면서 수사 오류로 국민 인권이 침해된다면 수사 종결 이후의 통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수사가 잘못됐을 때 빠른 시간 내 이를 시정하는 것이 국민 인권 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경찰 수사 초기 단계부터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력의 문제를 떠나서 다른 주체가 수사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결론을 내리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 좋다고 생각한다"며 "업무 최일선에선 많은 문제와 혼란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된 가운데 21일 오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내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8.06.2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된 가운데 21일 오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내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8.06.21. [email protected]
정부의 수사권조정 논의 과정에서 나왔던 '검찰 패싱' 논란도 검찰 내부에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박철완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전날 내부게시판에 수사권조정 관련 논의 과정을 밝혀달라고 법무부 담당자에게 요구했다. 수사구조 변경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깜깜이'식 논의에 실망을 했다는 취지다.

 박 부장검사는 "수사검사라면 궁금해할 질문을 후배가 물었지만 유의미한 답을 할 수 없었다"며 "법무부로서 당연히 수사권 조정 관련 논의과정을 법무·검찰 구성원 모두에게 소상히 알리고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해야 함에도 그런 노력을 했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이 없어지더라도 여전히 사건 처리에 대한 최종 책임을 검사가 지는 것 아닌지, 검찰 지휘부는 제도가 바뀌어도 과거의 사건처리기준으로 일선 검사들을 압박할텐데 그럴 바에는 아예 보완수사권 같은 권한은 없어졌으면 한다"며 "결국 경찰의 수사 미진을 뒤치닥거리하는 보완수사 '의무'만 지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후배의 질문을 함께 던졌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도 21일 논평을 내고 이번 합의문에 대한 인권보장 문제의 우려를 내놓았다. 변협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부실수사를 하는 경우 종결 전까지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고소인이 없는 중요 국가적, 사회적 법익 침해범죄의 경우 이의제기권조차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가 이의제기권을 자유롭게 행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국민의 사법적 정의 구현 기회의 차등이 과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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