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잇따라…8800여만원 피해
"계좌정보 유출…예금 찾아 집에 보관하라" 속여 절도 행각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에서 금융·수사기관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이 보관해 둔 돈을 훔쳐 달아난 외국인들이 잇따라 검거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8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이 보관한 현금을 훔친 혐의(절도)로 카자흐스탄 국적의 A(26)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7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 서구 풍암동 피해자의 아파트 출입문 앞에 놓인 현금 35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총책으로부터 수수료 50만원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은 피해자에게 "우편물이 계속 반송되는 걸 보니 금융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 계좌에 예치한 현금을 모두 인출한 뒤 출입문 앞에 두면 직원이 안전하게 보관하겠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경기 지역까지 달아났으며, 총책의 지시를 받고 훔친 돈을 친구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과 탐문 수사를 통해 범행 10시간30분 만에 A씨를 검거했다.
서부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훔쳐 달아난 말레이시아인 불법체류자 B(34)씨도 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B씨는 22일 오전 11시께 서구 양동의 빌라 현관문 앞에 놓인 2070만원을 훔치는 등 광주 일대에서 2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피해금 5370만원을 훔친 혐의다.
B씨는 2016년 3개월 체류 관광비자로 입국한 불법체류자 신분이며,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보이스피싱 수금책 노릇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다. 계좌 정보가 국제사기 범죄 조직에 노출된 것 같다. 현금을 모두 찾아 집 앞에 보관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속여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훔친 돈은 모두 총책에게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B씨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신고를 통해 귀국을 시도했으나, 끈질긴 경찰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경찰은 A·B씨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광주에서 보이스피싱 438건이 발생했다.피해금액은 89억원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대출사기형 379건, 77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기관사칭형은 59건, 피해액은 12억 원으로 확인됐다.범죄수법은 계좌 이체 200건, 대면 편취 195건, 상품권 등 현금외 요구 30건, 피싱 혼합형 7건, 배송형 2건, 가상계좌 이체 2건, 특정장소 지정 1건, 절취 1건 등으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