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 주요 판결 열거
수사 중이던 성완종리스트에선 영장 거론
'對BH 협조 및 우호관계 유지 방안' 문건
"적정한 영장발부 외에는 다른 방안 없음"
'재판 협력 안되면 영장심사 활용' 의심 대목
재판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영장심사를 활용한 듯한 문건 내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양 전 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서들 중에는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2015년 7월31일)와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과 대응 방향 검토'(2015년 4월12일)가 포함돼 있다.
두 문건은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라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지난달 25일 공개)에 부분 인용된 90건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일단 양 전 원장 시절 대법원 주요 판결이 최소한 박근혜정권을 의식해 이뤄졌거나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5년 7월 문건에서는 '협력사례'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는 서두와 함께 실제 판결들을 열거하고 있다.
여기서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사례는 과거사정리위원회·대통령긴급조치 사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밀양송전탑 사건, 통상임금 사건, KTX 승무원 사건 등이다.
특히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한 같은 해 3월 대법원 판결 등 대통령긴급조치 사건에 대해서는 "조치가 내려진 당시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장심사는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관련 문건에 등장한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친박 실세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실제에 부합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남"이라며 "신빙성→상당함"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對BH→국정 장악력 주도권 상실 우려"라는 등 박근혜정권에 치명적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BH는 'Blue House'의 줄임말로 청와대를 의미한다.
이 사건으로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관심이나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법원행정처는 '對BH 및 對입법부 협조 및 우호관계 유지 방안'으로 영장 문제를 거론했다.
이 때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 시작된 시기였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리스트 수사와 관련한 협조 방안→당분간 한계"라면서 "기소 전까지는 적정한 영장 발부 외에는 다른 협력 방안 없음"이라고 밝혔다.
정권에 재판 협력을 해주기에는 기소 전까지 '당분간 한계'이다 보니 일단 영장심사를 협력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로 읽힌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는 "이미 계속 중인 주요 관심사건 처리→BH 측의 입장 최대한 경청하는 스탠스로 우호적 관계 유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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