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내부 간담회 열고 후속조치 등 논의
판사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긴박한 움직임
김명수 "중차대한 문제…일선 판사들 의견 경청"
판사들, 형사 고발 vs 내부 자정 등 의견 엇갈려
김명수 대법원장은 후속 대책 및 조치와 관련해 "모든 것은 열려 있다"면서 법원 내외부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대책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잇따라 열리는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들은 후 대책안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유로운 논의를 하라는 김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내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기획조정실, 사법지원실, 사법정책실 등 법원행정처 각 실장과 총괄심의관 등 부장판사들과 일부 심의관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결과를 검토하며 향후 조치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검찰에 대한 수사협조 및 수사의뢰, 형사고발 등의 조치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조치방안 등에 대한 합당한 근거와 그 반대 근거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개인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분도 일부 있었지만 여러 논거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식 회의가 아니어서 투표 등 의결을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는 판사들의 현장 여론으로 받아들여져 그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후에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서 법관대표회의 소집과 추가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오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사과 입장을 표명하고 법관대표회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6월11일에 예정돼 있는 법관대표회의 논의 결과도 이번 사태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소집된 법관대표회의는 올해 대법원 규칙으로 상설화·제도화됐다. 회의 결과에 강제성은 없지만 전국 각 법원에서 법관대표들을 선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을 견제하는 기구로 인정받는 만큼 그 입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도 이날 "대법원장께 이번 조사결과 드러난 헌정유린행위 관련자들에 대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직후부터 수평적 의사결정과 민주적 절차를 강조해온 김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이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 있어 일선 법관들이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며 "그 같은 의견도 제가 경청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으로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의 개별 행위와 평가를 정리한 별도 보고서까지 받은 후 대내외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의 징계 및 형사고발 조치 여부, 제도 개선 등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특별조사단 발표 이후 닷새가 지났지만, 대법원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책 발표는 좀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도 후속 조치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향을 파악 당한 당사자인 차성안 전주지법 군사지원 판사는 형사조치가 어렵다는 특별조사단의 의견을 납득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죄와 직무상 비밀누설 등을 적용해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판사들은 공개적으로 검찰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위 법관 등 일각에서는 사법 불신 확산을 우려하며 법원 스스로 자성과 사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내부 게시판에 "법치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행정처 요원이 판결을 갖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그 판결의 의미가 저하되거나 쉽사리 무시돼선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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