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치광이 이론' 김정은에는 안 통해"日전문가

기사등록 2018/05/24 18:59:05

김정은이 심리전에서 한 수 위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개초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의 한 전문가는 심리전에서 김정은이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연구하는 메이지(明治)대학의 운노 모토(海野素央) 교수는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북미대화 전초전을 분석하고 향후 전개를 예상했다.

 운노 교수는 예측 불능의 트럼프가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김정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치광이 전략이란 상대가 자신을 미치광이로 보게 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방식을 말한다.
 
 이하는 운노 교수의 설명이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이론'과 예측불가능한 행동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미치광이 이론'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행동의 조합이다. 미치광이 이론이란 상대방으로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불안과 공포심을 느끼게 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 이론에 더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해 상대방을 농락해 자신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현재 자신과 같은 방식을 구사하는 김정은에게 우롱 당하고 있다. 트럼프 방식은 힐러리 클린턴처럼 성실하고 논리적인 사람에게는 통했지만, 김 위원장처럼 자신과 같은 타입에게는 의외로 약할 수 있다. 

 ◇심리전에 능한 김정은

 북한은 최근 순순히 대화에 응하다 지난 16일 돌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들어 미국에게 군사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환경을 조성해 왔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국과의 유화 분위기를 세계에 과시해, 미국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군사공격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김정은은 이후 중국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함께 해변을 거닐며 친밀한 관계를 보이며 북한 뒤에 중국이 있음을 과시햇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매우 심리전에 능하다. 현 상황에서는 김 위원장이 고삐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약점…회담 날짜 명시·미국 정치일정

 트럼프에게는 약점이 있다. 우선 6월12일이라며 북미회담 일정을 거창하게 발표한 것이 트럼프 바로 자신이다.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 모두에서 기자단에게 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말 연기하거나 중단하게 되면 트럼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미국민들은 트럼프를 협상의 실패자라고 보고,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브랜드는 타격을 입게 된다. 노벨 평화상의 가능성도 없어진다.

 또 하나 트럼프가 6월12일이라고 북미대화 날짜를 명시하으로써 김정은에게 이 날까지 심리전을 전개할 수 있는 틈을 줬다.

 향후 정치 일정도 트럼프에게 약점이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6일에는 중간선거, 2020년 11월 3일에는 트럼프가 재선을 목표로 하는 대선, 이어 2021년 1월 20일에는 대통령 취임식이 있다. 이 일정은 불변이다. 트럼프는 이 정치일정에 맞게 북한과의 대화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김정은의 강점…예측불능성, 상대 진영 이간질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은 트럼프와 비슷하다. 여기에 김정은은 상대방 진영에 불화를 일으켜 균열시키는데 능하다.

 김정은은 한미일 사이에 미일과 한국 사이를 갈라 놓으려하고 그것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대통령 보좌관 사이를 갈라놨다.

 ◇트럼프의 특이한 사고방식…'양보는 곧 패배'

 트럼프의 사고방식은 좀 특이하다. 양보를 패배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양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어느 부분에선가 양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양보로 보이지 않게끔 양보할 것이다. 그런 연출을 싱가포르에서 할 것이다.

 회담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연출하겠지만 알맹이는 없을 것이다. 진짜 북미 협상은 회담 다음날인 6월 13일부터 실무자급에서 이뤄진다. 실무자들은 알맹이 없는 모순 투성이의 합의를 바탕으로 짐을 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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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5/24 18:59:0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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