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논란…北 주한미군 핵우산 제거 거론 가능성

기사등록 2018/05/15 06:03:00

"남북미 비핵화 의미 다르지 않아…비핵화 정의 美와 협의"

靑 "핵우산, 북미 간 협의 → 알지 못한다" 입장 번복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의미 정립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모양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며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선 북한이 반대 급부로 주한미군의 '핵우산 제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우산 철수와 전략자산 전개 여부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한발 뒤로 빼는 모양새를 취하는 등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히 감지된다.

 전술 핵(核) 철수와 핵우산 제거는 보수야당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판문점 선언 제3조 4항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도 함께 담겨 있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라는 문구는 단순히 북한의 비핵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북한이 주한미군의 '핵우산 제거'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실제로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때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개념 차이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2·13합의 내용을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보고토록 했고, 김 부상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들은(미국) 북반부 비핵화, 우리한테서 핵무기를 빼앗아 내면 비핵화가 다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비핵화 의미를 둘러싼 북한의 생각이 2007년과 비교해 달라졌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 때도 남북한 모두가 포함된 의믜의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에 대한 구상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9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비핵화 의미가 나라마다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미국·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갖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고위 관계자는 당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요구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서울=뉴시스】미국이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훈련으로 지난달 31일 오후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를 한꺼번에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2017.09.01. (사진=미 태평양사령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미국이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훈련으로 지난달 31일 오후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를 한꺼번에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2017.09.01. (사진=미 태평양사령부 제공)[email protect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 비핵화에 해당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미국 동부시간) 북한에서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미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맞이한 자리에서 "나의 업적은 한반도 전체 비핵화(denuclearize that entire peninsula)하는 때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핵우산이란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이 핵공격을 받았을 때 핵무기로 보복 응징을 가해준다는 확장억제의 수단을 일컫는다. 실제로 핵공격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미국이 핵우산을 보장함으로써 북한이 섣불리 핵 공격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한미 외교·국방 당국은 정기적으로 외교·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열고 주한미군의 핵우산 공약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준을 논의한다.

 미국은 전략자산인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초음속전략폭격기 B-1B 랜서, 스텔스폭격기 B-2 스피릿, 스텔스 전투기 F-22 등에 전술 핵폭탄 B-61을 싣고 언제든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 미국은 약 500여기의 전술 핵폭탄 B-61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 문제 보다는 향후 전술핵 투발 수단인 미 전략자산의 전개 금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경우 한미동맹과도 깊게 연관 돼 있어 한미 간의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핵우산 제거, 전략자산 전개 금지 등이 북미 정상회담 논의에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 "애초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라고 판문점 선언에 삽입하지 않았는가"라며 "그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북미 간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예상되자 이 관계자는 "저는 북미 정상회담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핵우산, 전략자산 전개가 북미 사이에 논의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이어 "언급했던 부분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취지였다"며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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