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시대, 삶의 틀이 바뀐다]식품기업들도 PC 끄고, 인력 늘리고

기사등록 2018/04/26 06:00:00

CJ, 유연근무제 도입…오후 5시30분 PC 오프

대상, '8 to 5' '10 to 7' 선택

농심, 생산공장은 생산량 분산…인력추가

SPC, 집중근무제 + 인력보강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주 52시간 근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식품기업들도 이에 맞춰 법 위반 우려가 없을지 점검하면서 채비에 분주한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근무시간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 보강을 검토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산현장의 인력 보강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각 부서별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임신 초기부터 출산 이후 만 1년까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모성보호 플렉서블 타임(Flexible Time)제도를 시행 중이다.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전 계열사를 상대로 근로시간 단축이 의무화되는 7월 이전에 근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이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개인별로 하루 8시간 내에서 근무하는지 여부와 초과근무 시간이 한 주에 12시간을 넘지 않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오후 5시30분이 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고 10분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이 시스템에 적용할지 여부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대상은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를 수정·보완한 뒤 시행에 나섰다. PC 접속기록을 바탕으로 임직원의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관리하기 위해 퇴근시간이 지나면 PC가 꺼지는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PC가 꺼지면 사내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없어 메일 확인을 비롯한 모든 업무를 할 수 없다. 휴대폰에서도 불가능하다. 초과 근무를 하려면 부서장이 사전 승인을 해야 한다.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유연근무제도도 도입한다.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에 퇴근하는 기본 근무시간(휴게시간 1시간 포함 9시간 기준)을 기준으로 개인 상황과 업무 특성에 따라 '8 to 5', '10 to 7' 등을 선택해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농심의 경우에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더라도 크게 인력을 늘리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생산공장 등에서 경우에 따라 연장근무가 이뤄져왔던 만큼 앞으로 이를 줄이기 위해 공장별로 생산량을 분산하고 인력을 일부 추가 배치하는 등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SPC그룹도 하반기 들어서기에 앞서 집중근무제 등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달께 대응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내에서 운영하는 직영매장의 직원 등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인력 충원은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올해 초 제빵기사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로 설립한 PB파트너즈 소속 직원들에 대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될 예정이다.

 삼양그룹은 지난해부터 시차 출퇴근제를 적용해오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제도다. 그동안은 월별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적용해왔지만 앞으로는 일별로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생산직의 경우에도 2조 2교대를 3조 2교대로, 3조 3교대를 4조 3교대 등으로 각각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풀무원은 올해부터 테스트 차원에서 금요일에 오후 6시가 되면 PC가 꺼지는 제도를 도입한 상태이고 앞으로 이를 주중으로 확대해 적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임산부 직원을 대상으로 적용했던 유연근무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생산공장 역시 추후 생산량 조절과 교대제 개선 등을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하림 역시 아직 뚜렷한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탄력·유연근로제 등으로 대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생산직 같은 경우 추가로 고용에 나서는 한편 증축 중인 익산 닭고기 가공공장이 완성되면 라인이 늘어나 근로시간 단축에 부응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급식업체인 아워홈의 경우 사업장마다 다른 여건에서 일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는 만큼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업무효율화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추가 고용이 필요할지 여부 등도 각 사업별로 검토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생산 현장에서 인력을 고용하려고 하더라도 지원하는 인력이 적고 숙련도가 떨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사무직의 경우에도 컴퓨터를 일괄적으로 끈다고 하더라도 업무 특성상 특정 날짜에 일이 몰리는 재무팀 같은 경우 과연 제 시간에 일을 끝낼 수 있겠느냐는 등의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사정이 비슷하겠지만 생산직 같은 경우 증원을 하려 해도 오려는 사람이 없고 업무를 위한 교육을 거친 뒤 투입해야 하는 만큼 인력 충원의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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