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선거구는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시도의회에서 획정한다.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는 비례성 강화를 위해 3~4인 선거구를 신설 또는 확대하는 획정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다수인 시도의회에서 무산됐다.
시·도의회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고, 3인 선거구도 줄여 2인 선거구를 늘린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는 111개에서 36개 줄이는 대신 3인 선거구는 48개에서 51개로 늘리고 4인 선거구는 35개 신설하는 획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4인 선거구를 7개만 줄였다. 그마저도 서울시의회는 20일 행정자치위로 열어 2~3인 선거구로 쪼개 백지화시킨 뒤 본회의에 붙여 의결했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이 당선되는 2인 선거구제에서 거대 양당이 의석을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4명을 뽑는 4인 선거구가 신설되면 소수정당이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민주당과 한국당이 지방의회 기득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4인 선거구 쪼개기에 나선 이유다.
서울은 물론 경기,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경남, 경북 등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연대로 4인 선거구 도입이 무산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소수정당의 비판은 정치개혁을 외치면서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한국당과 손을 잡은 민주당에 쏠리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경우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화살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20일 서울시의회가 4인 선거구 신설을 백지화하자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익 앞에서 데칼코마니"라고 일갈했다.
민주평화당도 20일 국회에서 '기초광역의원 선거구획정 규탄대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한 민주당마저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보수야당과 공조하는 형국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장병완 원내대표)"라고 날을 세웠다.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부산·경남에서는 4인 선거구 확대를 외치더니, 서울시의회에서는 기득권 야합의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참으로 가증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지난 19일 "민주주의 원칙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철저히 우선하는 민주당, 이 꼴을 보면서 지도부는 물론 국회의원 한 명도 말 한마디 안하는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수정당이 생존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편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이 민주당과 등을 돌리면 대통령 주도 개헌의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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