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정상회담 카드 만지작거리는 아베…관건은 납치문제

기사등록 2018/03/20 17:04:36

【도쿄=AP/뉴시스】'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르며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재무성 문서 조작 의혹과 관련한 공문서 관리 방식 등을 둘러싼 집중심의를 받았다. 그는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은 위원회 중 눈을 감고 있는 아베 총리. 2018.03.19.
【도쿄=AP/뉴시스】'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르며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재무성 문서 조작 의혹과 관련한 공문서 관리 방식 등을 둘러싼 집중심의를 받았다. 그는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은 위원회 중 눈을 감고 있는 아베 총리. 2018.03.19.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북일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결재문서 조작 문제로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서도 북일정상회담에 시동을 거는 아베 총리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회담한 지난 6일에만해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화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과 미사일 계획의 포기를 약속하고 이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내놓을 수 있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초청을 바로 수용하자 일본은 당혹스러워했다. 아베 총리는 9일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갖고 4월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대북 압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도 염두를 둔 발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가 먼저 운을 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3일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하러 온 서훈 국정원장에게 "핵미사일, 납치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일본의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스가 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냐는 관점에서 향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이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나섰다. 15일부터 미국 방문길에 오른 고노 외무상은 사실상 해임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부장관을 대신한 존 설리번 국무부장관 대행을 시작으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을 만나 "핵·미사일, 납치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국면으로 가게 돼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핵사찰을 받게 될 경우 인원과 기자재 조달등 초기 비용 3억엔(약3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성급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거론해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평양선언도 언급하며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보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북일정상회담 실현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지만 성사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일정상회담을 통해 납북 일본인 피해자 문제에 대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야당 쪽에선 벌써 "문제만 생기면 북한이냐"며 "이미 국민들은 간파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납북 일본인 피해자 가족들도 일본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면 북일정상회담은 아베 총리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요코다 메구미(橫田 めぐみ)의 어머니 사키에(早紀江·81) 여사는 메구미가 납북당한지 40년이 되는 지난해 11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열심히 지혜를 내서 노력한다고 믿고 있지만 몇십년이 지나도 귀국이 이뤄지지 않아 (정부를) 믿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납북피해자) 가족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북 일본인 피해자는 17명이다. 그중 2002년 고이즈미 전 총리와 함께 귀국한 5명을 제외하면 12명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8명이 이미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맞서왔다. 그러다 201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일본이 납북 일본인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전격합의하자 일본 외교가에서는 일부 납북 일본인 피해자의 귀국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인정한 17명 중 1명과 인정받지 못했지만 납북 가능성이 높은 특정실종자중 1명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서 일본이 독자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등 대북 압력 노선을 본격화하면서 북일간 스톡홀름 합의는 흐지부지됐다. 따라서 북일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납북 일본인 피해자의 귀국 실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아베 총리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나라보다 대북 압력 강화에 앞장선 일본이 대북 노선을 급선회하기가 어려운데다 만약 북미대화가 잘 되지 않았을 때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본이 한미 양국에 비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훈 원장이 방문한 뒤 일본 정부 내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을 믿어보자는 의견과 좀더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이 엇갈려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핵미사일과 납치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겨냥한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미대화가 실패하는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다른 정부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북일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4월초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한다"고다소 엉둥한 답변을 할 뿐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북미 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일본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현재로서는 풀릴 기미가 제대로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1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이 괘씸한 행동을 계속하면 평양행 티켓을 입수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18일에는 노동신문의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속국의 운명'이라는 제목의 해설에서 "일본은 역시 갈데 없는 미국의 삽살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것이 북한의 일본에 대한 기선제압용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지만, 납북 일본인 피해자 문제에 대해선 북한도 해결책을 내놓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한, 그리고 북미 관계에서 대화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일어났듯이 북일 관계도 어느순간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봐야 할 것같다. 물론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남북한과 북미 대화의 전개 양상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선 일반적 전망이라고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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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정상회담 카드 만지작거리는 아베…관건은 납치문제

기사등록 2018/03/20 17:04:3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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