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여관 참혹했던 현장엔…추모의 꽃송이와 탄식

기사등록 2018/01/22 15:53:07

【서울=뉴시스】지난 21일 화재가 있었던 종로구 서울장여관 입구에 놓여져 있는 국화 꽃. 2018.01.22.
【서울=뉴시스】지난 21일 화재가 있었던 종로구 서울장여관 입구에 놓여져 있는 국화 꽃. 2018.01.22.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까맣게 탄 건물 앞에는 침묵과 흰 꽃만 자리했다.

 22일 오전, 투숙객 10명이 머물렀던 서울장여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관 입구를 어지럽게 막아놓은 진입금지 경계선 너머로 여관 내부가 보였다. 서울 나들이 첫날밤, 전남 장흥에서 올라온 세 모녀가 몸을 뉘였을 방 안은 온통 검은재와 그을림이 메우고 있었다.
 
 두 여관이 마주보고 있는 골목에는 침묵만이 맴돌았다. 경계 근무를 서는 경찰 3명은 마스크를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골목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여관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러나 분홍빛 건물 2층에 그을린 자국에는 불길 속에서 소리쳤던 투숙객들의 비명이 묻어있는 듯 했다.
 
 건물 입구에는 국화 꽃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전날부터 시민 한 두 명이 놓고 가 노란 빛이 돌기 시작한 국화 꽃 수십송이 위에는 색이 바래지지 않는 하얀 조화 꽃다발이 가볍게 놓여져 있었다. 그 옆에는 뜯지 않은 과자 한 봉지도 나란히 자리했다.

 입구 앞쪽에는 흰 화분에 초록잎을 가진 흰꽃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 아침부터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오전에 중년 여성이 흰 화분을 놓고 갔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지난 21일 화재가 있었던 종로구 서울장여관 입구에 놓여져 있는 국화 꽃들. 뜯지 않은 과자 봉지도 나란히 놓여있다. 2018.01.22.
【서울=뉴시스】지난 21일 화재가 있었던 종로구 서울장여관 입구에 놓여져 있는 국화 꽃들. 뜯지 않은 과자 봉지도 나란히 놓여있다. 2018.01.22.
 
 외진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따금 걸음을 멈췄다.

 근처 호스텔에서 일을 한다는 홍기범(28)씨는 새까맣게 타버린 건물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내 발걸음을 돌렸지만 몇차례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홍씨는 "뉴스로 여관 화재 소식을 들었는데 지나가다 보니 그 여관인 것 같았다"라며 "특히 서울로 놀러왔었다는 세모녀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는데 실제로 현장을 보니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관 사선에 있는 삼거리에서 연신 '어떡하냐'며 혼잣말을 하던 50대 정차숙씨는 "이 주변 일용직 노동자들도 많고 장기 투숙객도 많다고 알고 있다"라며 "한 사람 때문에 엉뚱하게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죽었다니 너무 허무하다"고 털어놓았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반응이 이어졌다.

 6명의 사망자 중 30대 어머니와 10대 두 딸이 포함됐다는 것에 대해 아이디 doub***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린 나이에 아이 둘 열심히 키우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울에 왔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디 99ho****는 "숙소비라도 아껴서 아이들 맛난 거, 사고 싶은 거 사줄려고 했을텐데 안타깝다"라고 했다.

 아이디 ming***는 투숙객 대부분이 저소득층 장기거주자였다는 사실에 대해 "정말 비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일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방화로 불이 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8.01.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일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방화로 불이 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8.01.20. [email protected]

 종로 방화 사건은 지난 20일 오전 3시8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서울장여관에서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방화 피의자 유모(53)씨는 여관업주 김씨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유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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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1/22 15:53:0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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