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블랙리스트 주도 문체부 실무 책임자 고발...내막은

기사등록 2018/01/10 10:45:13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학원(왼쪽) 휴머니스트출판그룹 대표와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 직권남용죄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1.1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학원(왼쪽) 휴머니스트출판그룹 대표와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 직권남용죄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1.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일명 '출판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출판사들이 블랙리스트 실행 업무를 담당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공무원을 고발했다.

휴머니스트 등 출판사 4곳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0일 김모 문체부 전 출판인쇄과 과장을 철저히 수사, 엄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시됐다. 직권남용(형법 제123조)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죄다.

이들은 "김 모 문체부 전 출판인쇄과 과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거쳐 하달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업무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자"라면서 "'세종도서 선정 보급사업', '초록·샘플 번역지원 사업',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전국동아리지원사업' 등 공모·지원사업들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으로 하여금 특정도서나 출판사들을 지원 배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발인은 중국도서전 도서선정 과정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 진행을 담당할 책임이 있는 출판진흥원으로 하여금 특정도서가 선정과정에서 배제되도록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출판진흥원이 심사과정에 부당 개입해 심사 결과 자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해당 도서들이 실제 최종 선정에서 배제됐다.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고 출판진흥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1심 판결문(피고인 김종덕, 신동철, 정관주)에 따르면, 피고발인은 2015년 '세종도서 선정 보급사업'에서 특정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면 안 된다면서 심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 과정에서 공고가 지연되기도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피고발인이 출판계 블랙리스트를 주도적으로 계획, 실시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경위, 과정은 여전히 많은 부분들이 어둠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발인의 위법적 지시로 인해 많은 출판사들과 저자들이 큰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은 법적 책임은 고사하고 어떤 반성과 사죄의 뜻도 표한 적이 없다. 오히려 피고발인은 러시아 문화원장으로 승진해 재직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김학원(왼쪽) 휴머니스트출판그룹 대표와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 직권남용죄 고발장 접수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8.01.1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김학원(왼쪽) 휴머니스트출판그룹 대표와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 직권남용죄 고발장 접수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8.01.10. [email protected]
이어 "'찾아가는 중국도서전'에서 지원 배제된 출판사들이 김 전 과장을 고발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진실과 정의가 바로세워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출판사들이 진실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김 전 과장 고발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피해 출판사들이 소속된 단체로서 함께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취지에서 공동고발인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 출판사 4곳의 5종 도서가 2016년 제3회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사업에서 최종선정에서 제외하도록 출판진흥원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이 주관하는 것으로, 60~100종의 위탁 도서를 선정, 중국 현지에서 저작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문체부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출판 관련 선정 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지난달 20일 진상조사위는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대국민 중간보고를 열고, 출판진흥원이 문체부 지시를 따르기 위해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 사업 심사회의록까지 허위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지원 배제 도서는 '느영나영 제주'(조지욱 저, 나는별출판사),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고도원 저, 큰나무출판사), '마을로 간 신부'(정홍규 저, 학이사), '미학오디세이' 1-3권(진중권 저,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조선왕조실록'(박시백 저, 휴머니스트출판그룹)등 5종이다.

진상조사위 브리핑에 따르면 피고발인은 2016년 '초록·샘플 번역지원 사업'에서 '제외: 차남들의 세계사,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라는 메일과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은 제외바랍니다'는 메일을 출판진흥원으로 보냈고, 역시 2016년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사업'에서는 "문체부 확인 전까지는 최종 확정을 보류"하라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학원(왼쪽) 휴머니스트출판그룹 대표와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 직권남용죄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1.1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학원(왼쪽) 휴머니스트출판그룹 대표와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 직권남용죄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1.10. [email protected]
출판계 한 관계자는 "출판계 블랙리스트는 사실 지원금액이 크지 않다보니 출판사 경영에 타격을 준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 자체가 갖고 있는 성격이 문제다. 민주사회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왜 있지도 않은 내용들을 갖고 출판의 자유를 억압했는지 저자나 출판사들이 갖고 있는 의문이나 고통이 있다"며 "어떤 특정 도서에 대해 이념이나 생각을 갖고 배제하는 나라에서 사는 것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고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이번 고발이 진상조사위 조사에도 탄력을 주고, 출판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지원배제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건에 대해서는 이미 징계가 이뤄졌다"며 "출판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는 현재 진상조사위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적인 징계 등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진상조사위 조사가 끝나야만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진상조사위에서 중간보고를 통해 결과도 발표했다. 이미 드러난 사실로만 해도 처벌을 할 수 있는 사안인데, 문체부에서 징계를 미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찾아가는 중국도서전'에서 지원 배제된 한 출판사의 대표는 "중국 도서전의 위탁도서에서 선정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언론 오도, 국정감사로 인해 이중의 피해를 입었다"며 "김 전 과장의 검찰 고발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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