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비트코인 열풍, 비이성적 과열 우려"

기사등록 2017/12/21 10:00:00


"글로벌 경제 '골디락스'…저금리·과잉유동성 원인도"
"위험자산선호 지속되면 어떻게 조정 이뤄질지 염려"
"가계 이자부담, 실물경제 전반 영향 줄 정도는 아니야"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투기 열풍과 관련, "금융완화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비이성적 과열'이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전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송년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성장세는 확대되고 있지만,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은데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요국 주가가 사상최고치로 올라가고 있고, 장기금리가 매우 낮아 채권가격이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어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정한 상태)'로 불리는 지금의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과거 버블 때와는 달리 펀더멘탈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성적 과열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근본 원인이라는 반론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이성적 과열은 지난 1996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당시 '닷컴' 바람이 불면서 미국 주시식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자 경고성으로 던진 말이다. 이 총재도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상통화 열풍이 이러한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역사적으로 자산 버블 뒤에는 저금리에 따른 신용팽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커진 불균형이 앞으로 더욱 쌓이고,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장기간 지속되면 어떤 형태로 조정이 이뤄질지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상통화 자체에 대해서도 "법정화폐로 보기 곤란하다"고 선을 그은 뒤 "화폐로 볼 수 없는 가상통화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 폭등을 보이는 투기적인 모습에 대해 사실상 모든 중앙은행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도 '가상통화는 매우 투기적인 수단으로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많은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가상통화가 본격적으로 확산이 될 경우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통화파급경로,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정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6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금리가 오르면 자산보다 부채를 더 많이 보유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돼있다"며 "그렇지만 지난달 금리를 한 번 올렸고,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대가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정도이거나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대중교역 개선 등을 이유로 3% 정도의 성장을 예상했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세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상황 등을 바탕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중 한은이 일궈낸 가장 뜻깊은 일로는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꼽았다. 앞서 한은은 캐나다 중앙은행과 지난 16일(현지시간 15일) 기한과 한도가 없는 상설 계약 형태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이 총재는 "중국와의 통화스와프는 양국간 외교통상 갈등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다"며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는 올해 한은이 거둔 가장 값진 성과의 하나로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 총재는 그간 강조해온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소통해줄 것을 바라지만, 중앙은행을 둘러싼 정책여건이 워낙 불확실하다보니 앞으로 발생할 일을 사전에 정확히 알 수 없어 이를 확실하게 전달하기 매우 어렵다"며 "저에 대한 소통 능력 평가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점수를 매겨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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