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부담이요? 전 연극배우로 연기 시작할 때 그렇게 배웠어요. 배우라면 자신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눈과 입과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고요."
배우 곽도원(44)은 "영화 '강철비'에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호기심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강철비'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논쟁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 남과 북의 극단적인 대립을 소재로 핵 전쟁을 직접 다룬다.
그가 연기한 '곽철우'는 외교안보수석대행이다. 부상당한 '북한 권력 1호'를 데리고 남하한 북 정찰총국 정예요원 출신 '엄철우'와 짝을 이뤄 제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나서는 인물이다.
곽도원은 "이 영화는 어떤 정치적인 색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면서 "이런 상상은 어떨까, 이런 영화는 어떨까, 관객이 있을 법한 남북 관계를 상상해보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강철비'는 남북 관계를 대놓고 다룬 영화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공상 사이에 떠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곽도원의 특유의 세밀한 연기는 어쩌면 허무맹랑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이 작품의 일부 설정들을 현실에 발붙일 수 있게 한다.
곽철우라는 인물이 생활인으로서 보여주는 헐렁함과 국가 대사(大事)를 책임진 공인으로 책임감을 오가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극 안에 들어오게끔 안내하는 게 '강철비'에서 곽도원이 보여준 연기다.
"지금껏 연기했던 배역 중 실제 나와 가장 닮은 인물이었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동갑내기 배우 정우성과 호흡이다. 남과 북으로 상징되는 두 명의 철우는 사건 해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서서히 '같은 편'이 되고 '형제'가 돼 간다.
영화가 공개된 직후 가장 화제가 된 부분 또한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두 배우의 묘한 케미스트리였다. 곽도원은 "우성이가 내 연기를 다 받아주더라"며 공을 동료 배우에게 돌렸다.
"저희가 호흡이 좋았던 건 서로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 매번 연기를 다르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어떤 배우는 그런 제 방식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잘 받아주지 못해요. 하지만 우성이는 달랐어요. 모든 걸 다 받아주더라고요. 리허설도 안 했는데도요. 연기하면서 행복감,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꼈어요.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짜릿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우리 영화의 행복했던 현장 분위기가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 것 같다"며 "관객은 아주 세밀한 것까지 잡아내니까, 떨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공포스럽다. 어쨌든 칭찬이 들려서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곽철우'는 북한을 포함 미국·중국·일본을 둘러싼 외교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설정상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하다. 곽도원은 "최근에 한 모든 연기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게 영어 연기"였다고 말했다.
"중국어는 그나마 나았어요. 그런데 영어는 정말 입에 안 붙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대사 까먹어서 우는 꿈을 이십대 이후로 꾼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영어 대사 까먹는 꿈을 몇 번이나 꿨다니까요."
'강철비'는 다른 한국영화 두 편과 치열한 흥행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한 편은 하정우·차태현이 주연한 '신과 함께', 다른 한 편은 김윤석·유해진·김태리가 출연한 '1987'이다.
곽도원은 "'신과 함께'는 판타지고, '1987'은 있었던 이야기다. 우리는 있을 법한 이야기다. 다 다르다. 그저 관객이 연말에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돼 나 또한 기쁘다"며 느긋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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