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만 더 위대하게' 만든 꼴…아시아서 '포스트 美질서' 노출"

기사등록 2017/11/13 10:28:19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참석하고 있다. 2017.11.09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참석하고 있다. 2017.11.09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아첨에 약한 그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고 중국의 힘만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발간 매체 '더 인터프리터'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무엇을 의미하든 그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중국을 더욱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같은 자아도취적 인물이 진짜 피해와 모욕을 조장할 거란 우려가 많았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의 고위급 만남이 완벽하게 무사히 이뤄졌다. 그 무엇보다도 보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비판을 자제하고 미국의 대중 무역 불균형 책임을 전대 행정부들에 돌렸다며 "북한처럼 더욱 복잡한 문제에 관해서도 대체적으로 고분고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에게 베풀어 진 환대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 인권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고 초대자에 대한 찬사로 이에 보답했다"며 "트럼프 방문 기간 시진핑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음은 당연했다"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가 방중 기간 대규모 사업 거래를 따내긴 했지만 중국의 대미 직접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보다 균형잡인 무역 관계, 중국 시장 접근권 확대 등 정작 그에게 가장 필요한 성과를 이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왕대접을 받았다. 그 역시 환대와 띄어주기를 분명 한껏 즐겼다"며 "본국에서 받고 있는 온갖 비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방송은 "해외에서 만큼은 그를 왕처럼 대우하면 그가 정중한 손님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분명해 졌다"며 "그는 인권, 민주주의 같은 다루기 힘들고 불편한 문제들은 한켠으로 치워 놨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중국에서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 옆에 서서 단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았다"며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전 세계의 리더'라고 불릴 만한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 다낭=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다낭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 행사인 '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7.11.10
【 다낭=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다낭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 행사인 '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7.11.10
이어 트럼프가 '띄어주기'로 가득한 한중일 방문을 마친 뒤 베트남 다낭에 가서야 '큰 소리'를 쳤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에서 중국을 지목하지 않은 채 불공정 무역 행위를 비판했다고 했다.

 BBC방송은 "이 곳에서 한 엄포성 발언 가득한 연설 덕분에 그는 본국에 돌아가 '미국 우선주의'를 완수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뒤이은 시 주석의 연설로 상황은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APEC 연설에서 보호 무역을 강조한 트럼프와 달리 시 주석은 기술 혁신과 개방, 기후변화, 역내 국가들의 협력 필요성을 얘기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할 것으로 기대되던 주제들이었다.

 BBC방송은 "미국 우선주의가 외교 정책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법일진 몰라도 미국의 가치 전파나 사회 개선에는 시간을 들이고 있지 않다"며 "이는 다른 국가들의 리더십 역할 차지, 훨씬 우세하고 자신감 넘치며 오만한 중국을 의미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 드라 살레 대학의 리처드 헤이다리안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글에서 트럼프가 중국에서 저자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내 새로운 질서가 강조됐다고 평가했다.

 헤이다리안 교수는 "트럼프는 이번 방문에서 중국으로부터 주요한 양보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며 "이는 아시아 내 '포스트 미국 질서(post-American order)'의 부상을 틀림없이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이견이 있는 영역에 대한 자신들 입장을 견지하면서 미국 대통령을 길들이고 달래는 데 성공했다"며 "상호 만족할 만한 무역 거래를 용의주도하게 마련함으로써 트럼프의 공격적 자세가 내포한 공허함을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을 통해 국제 정세에서 미국의 구심점 역할을 강조하려 했지만, 쇠락하고 있는 초강대국의 초라한 지도자로 베이징을 떠났다"며 "반벅의 여지 없이 미국은 더 이상 역내 넘버 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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