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의 모습을 담은 서양인의 텍스트·영상 기록과 더불어 황실의사 알렌이 사용한 반짇고리, 고종황제 하사 족자(등록문화재 제656호) 등 130여점이 나온다.
서양인의 기록에 우리나라가 나타난 것은 13세기께다. 그들에게 이 땅은 미지의 ‘솔랑기’였다. 무지개라는 의미의 만주·몽골어가 솔랑기다. 프랑스 역사학자 르네 그루세의 저서 ‘몽골제국’에 수록된 1217년 몽골지도에 처음 등장한다. 몽골식 우리나라 명칭을 그대로 기재했다.
전시는 ‘땅을 그리다’로 출발한다. 서양인이 제작한 다양한 우리나라 지도를 시기별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모습이 명확하지 않은 16세기께 것부터 1737년 당빌이 만든 ‘조선왕국전도’처럼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이는 곧 조선에 관한 인식의 구체화 과정이다. ‘조선과 일본지도’(테이세이라·오르텔리우스·1595), ‘중국제국지리첩’(뒤알드·1738) 같은 귀중본 외에도 ‘세계일주 항해기’(라페루즈·1797) 등의 기록자료를 함께 볼 수 있다.
‘삶을 묘사하다’로 마무리한다. 조선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서양인의 시각으로 쓴 서적, 사진, 삽화, 영상 등을 전시한다. 조선으로 온 서양인들은 현지의 문화, 언어, 복식을 자세하게 기록해 자국에 보고했다. 때로는 생경하고, 때로는 매력적으로 표현돼 있다. 외교관이자 선교사, 왕실 의사로 활약한 알렌의 ‘조선견문기’(1908), 게일의 ‘전환기의 조선’(1909), 자쿨레·키스의 조선 생활문화 목판화도 볼 수 있다. 가톨릭 베네딕도회 신부인 베버가 촬영한 무성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도 관람 가능하다.
‘서양인이 그린 우리 땅, 우리 삶’은 2018년 2월28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