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5·18 행방불명자 찾을까…옛 광주교도소 30일 암매장 발굴

기사등록 2017/10/23 13:52:14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 기념재단이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오른쪽)와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옛 교도소 전경을 보며 발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17.10.23.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 기념재단이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오른쪽)와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옛 교도소 전경을 보며 발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17.10.23.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배동민 기자 =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옛 광주교도소의 발굴작업이 이르면 오는 30일부터 진행된다.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 발굴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80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5·18기념재단은 23일 오전 재단 시민사랑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광주교도소의 암매장 추정 장소에 대한 발굴 조사를 오는 30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굴 장소는 교도소 북측 담장 바깥쪽 전체 300m 중 폭 3~5m, 길이 117m 구간이다. 80년 5월 당시 공수부대의 순찰로 인근 부지로 일부는 농장으로 사용했으며 3공수여단 16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기념재단은 3공수여단 본대대장이었던 김모 소령이 1995년 5월29일 서울지검 조사 당시 작성한 약도와 진술 내용을 바탕으로 이 곳을 암매장 추정 장소로 특정했다.

 김 소령은 검찰 조사에서 '전남대에서 방송차량을 이용해 교도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2~3명이 밟혀서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교도소 담장에서 3m 정도 이격해 매장했다', '잡초가 우거졌고 논과 밭, 그리고 500m 전방에 낮은 능선이 있다', '관을 사용하지 않았고 가마니로 시신 2구씩 덮고 묻었다', '5월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3명을 포함해 12구의 시체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약도까지 첨부했다.

 80년 5월과 달리 현재 풀숲과 아스팔트로 덮여 있다.

 재단은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표토층을 10~30㎝ 가량 파낼 예정이다.

 발굴조사는 조현종(전 국립광주박물관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연구소장과 최인선 순천대 교수가 주도한다. 조 소장은 지난 1992년 광주 신창동 유적을 발굴하는 등 국립박물관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최 교수는 함평 양민학살 관련 발굴 작업을 전담했다.

 이들은 문화재 발굴하는 방식을 암매장 발굴 조사에 활용한다. 유해 발견 여부는 발굴 작업을 시작한 뒤 15~2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양래 상임이사는 "문화재 발굴 방식으로 표토층 10~30㎝를 걷어내면 유해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구덩이가 있는지, 흙을 걷어낸 적이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며 "발굴 전문 기기를 활용하면 시신을 묻은 구덩이인지, 쓰레기를 묻은 구덩이인지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밀 조사를 통해 땅의 이력 등을 파악하면 시신을 묻었다가 다시 발굴해 갔는지, 굴삭기로 땅을 팠는지, 삽으로 봤는지 등 동원 장비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이 작업에 15~20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념재단은 이 곳 외에 5·18 당시 교도관과 재소자, 3공수여단 부대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4곳 정도를 추가로 발굴할 예정이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 기념재단이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은 기념재단이 브리핑에서 공개한 옛 광주교도소 전경(북쪽 중심) 패널. 2017.10.23.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 기념재단이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은 기념재단이 브리핑에서 공개한 옛 광주교도소 전경(북쪽 중심) 패널. 2017.10.23.  [email protected]
두 곳은 5·18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재소자가 '중장비로 땅을 파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지목한 장소다.

 80년 5월 광주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최모씨는 "일반 수인들은 오후 5시면 모두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모범수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웠다. 어느 날 교도소 담장 밖으로 포크레인이 작업하는 것을 보았다. 두 군데 지역이었는데 움푹 들어간 계곡처럼 내려오는 곳이었다. 당시 모범수 사이에서는 시신을 묻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재단은 제보자와 함께 현장 조사를 벌인 뒤 이 곳이 교도소 북측 담장 밖으로, 과거에 없던 테니스장과 교도경비대가 사용하는 건물, 주차장 등이 새로 들어선 사실을 확인했다. 땅 속에는 해양도시가스 배관이 설치돼 있다.

 기념재단은 80년 5월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근무했던 교도관의 증언을 통해 이들 시설이 5·18 이후 지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배관 공사가 누구에 의해, 언제 이뤄졌는지 작업 당시 시신 발굴 등 이상 징후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이 외에 교도소 서쪽 담장 밖과 남쪽 교도소 내 부지 2곳도 발굴 조사 대상지다.

 서쪽 담장 밖의 경우 5·18 당시 교도소에 주둔했던 제3공수 15대대의 김모 하사가 제보한 곳이다.

 김 하사는 지난 9월19일 '1980년 5월22일 새벽 전남대에 연행돼 있던 시민이 120명을 광주교도소로 이송, 고속도로 방향으로 조준사격해 전복된 차량의 시신을 수습하고 하루 정도 방치했으나 시신 부패로 5~7구를 가매장했다'고 기념재단에 제보했다.

 김 하사는 당시 시신 매장을 15대대장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상임이사는 "5·18 때 3공수가 각 대대별로 암매장을 자행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한 곳은 3공수 제11대대 소속 이모씨가 증언한 곳이다. 이씨는 8명을 직접 묻었다고 지난 1988년 당시 증언했다.

 추가 발굴 조사 대상지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최첨단 장비인 '지중탐사레이더'가 동원된다.

 김 상임이사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장비는 암매장이 의심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며 "발굴 조사는 문화재 발굴 방식과 국방부 협조, 투 트랙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해가 발굴되면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교수, 윤창륙 조선대 임상치의학교수 등 법의학과 치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습 작업에 들어간다.

 신원 확인 작업은 전남대 법의학교실에 보관 중인 5·18행불자 130가족, 295명의 DNA와 유전자 대조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 기념재단이 광주 서구 치평동 재단 시민사랑방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7.10.23.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 기념재단이 광주 서구 치평동 재단 시민사랑방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7.10.23.  [email protected]

 유해 발굴 이후부터 발굴 조사는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된다. 이를 위해 재단과 광주지검은 이날 오후 유해 발굴과 관련한 대책 회의를 갖는다.
 
 김 상임이사는"행불자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있는 숫자가 굉장히 많다. 구급 연행자들, 병원치료를 받았던 사람들 중 5·18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이 900명 정도 된다"며 "물론 본인이 원치 않아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아주 많은 수가 아니다. 특히 가족이 없는 분들은 아무도 그들을 찾고 있지 않다. 그들을 찾는 노력을 마지막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 진실 규명 차원에서 복원과 보존을 염두에 두고 발굴 조사를 하겠다. 이들 장소에서 발굴되지 않으면 다른 지역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이곳에서 단서나 흔적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유해가 발굴되면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들이 주둔했던 곳이다. 5·18 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는 시신 8구, 교도소 앞 야산에서는 시신 3구가 암매장 상태로 발견됐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80년 5월31일 '광주사태 진상 조사' 문건에는 이른바 '교도소 습격 사건'으로 민간인 27명(보안대 자료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단순계산으로도 16~17명의 신원과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최소 52명이 교도소 내에서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재단은 광주교도소 외에 7공수여단이 주둔했던 제2수원지 상류쪽과 화순 너릿재 인근 등도 올해 내 발굴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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