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500만원 후원받고도···"6개월째 사용내역 미제출"

기사등록 2017/10/18 14:59:11

최종수정 2017/10/18 15:01:05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어금니 아빠, 기부금 용처 확인 어려운 개인 모금계좌 선호
 복지기관서 '딸 치료' 돈 받고도 명세서·영수증 제출 안해
 "이번 사건 기부 관리 사각지대 드러내···도덕적 해이 우려"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경찰이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인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35)씨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씨는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거대 백악종'을 딸과 함께 앓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언론과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하며 전방위적으로 모금 활동을 해온 이씨가 사적으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후원자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씨는 기부·사회복지기관을 통하기보다는 주로 딸과 부인의 계좌로 후원금을 모금했다. 개인계좌로 보내진 후원금의 경우 총 모금액과 사용처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씨가 후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개인계좌를 적극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06년께 자신과 딸이 동일한 희귀병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는 사연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모금 홈페이지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모금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씨는 실제로는 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모는 등 풍족한 생활을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는 지난 4월에도 A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이씨 딸 이모(14)양의 병원비와 생계비를 포함한 후원금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법인의 원칙상 이씨는 올해 안으로 이양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명세서와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아직까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사회복지법인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관련 서류를 확인 검토해 지원 결정을 내렸고 담당자가 이씨와 전화로 연락을 계속하며 10월까지는 서류를 제출하기로 했던 상황”이라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 후원자들에게도 당황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주로 개인 계좌를 홈페이지나 SNS상에 알리는 방식으로 모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후원자들의 상실감과 당혹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원 내역을 기부자들에게 공개하고 사후관리를 진행하는 단체들에 비해 운영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대부분 자선단체들은 병원비 지원시 병원에 직접 기부금을 주거나, 이후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가정방문 등을 통해 사후관리를 한다"며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경우보다 사적으로 유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NGO단체의 경우 후원 사례가 생기면 전문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해 관계 기관과 연결해주고 영수증을 첨부받는다. 예를 들어 수술비, 치료비 같은 병원비가 필요할 때 사적으로 유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병원으로 후원금을 보낸다. 주거비나 등록금 같은 교육비를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씨가 개인적인 모금 활동을 선호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이씨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NGO 단체들의 추가 후원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모(35)씨로부터 압수한 외제 차량이 놓여있다. 차량은 시신 유기에 사용됐다. 2017.10.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모(35)씨로부터 압수한 외제 차량이 놓여있다. 차량은 시신 유기에 사용됐다. 2017.10.09.  [email protected]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단체에서도 생계비 지원시에는 하나하나 내역을 확인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후원받은 가정을 모니터링하며 사후 관리를 한다"면서 "이를 꺼릴 경우 개인 계좌를 통한 모금 활동을 선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가 개인 계좌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한꺼번에 큰 금액을 지원받게 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부추겨졌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7년께 B기업은 한 복지기관과 연계해 이씨 부녀에게 1년간 매달 30만~4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단체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만 후원해 사적 유용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는 개인을 통한 직접 기부의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며 "개인을 통한 직접 후원은 얼만큼 모였고 어떻게 쓰였는지 관리하기 힘들다는 허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한 사람이 1만원을 보내도 모이면 1000만원이 생기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 모금단체가 중간 다리를 놔주며 자선의 조직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개인적인 기부에 대해 경계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실제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이들이 많다"며 "기부금의 투명한 사용뿐 아니라 도움받는 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도 공신력 있는 단체를 통한 기부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이씨의 각종 의혹에 대해 전담팀을 지정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의 기부금 유용과 재산 형성 관련 수사는 중랑서 지능팀이 전담 중이다. 경찰은 기부금품법 위반·사기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영학, 500만원 후원받고도···"6개월째 사용내역 미제출"

기사등록 2017/10/18 14:59:11 최초수정 2017/10/18 15:01:0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