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내 안에서 뭔가 타고 있는 것 같은 어떤 감정에서 시작합니다. 가끔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럴 때 그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떠올리죠. 영감은 그런 열정에서 오는 것 같아요."
대런 애러노프스키(48) 감독의 작품에는 늘 '충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1998년 내놓은 데뷔작 '파이'는 괴작으로 불렸고, 두 번째 장편 '레퀴엠'(2000)은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파격적인 소재와 혁신적인 편집, 독보적인 미쟝센으로 풀어내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블랙 스완'(2010)은 인간의 불안과 욕망을 발레리나의 이중적 자아로 강렬하게 표현해 또 한 번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영감의 원천을 이같이 말하며, "새로운 걸 만들 때는 언제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를 만들면서 '노'(NO)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다음부터는 세어보려고 한다. '마더!'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자와 스태프가 새로운 걸 만들고자 한 열정의 결과물이다. 이런 열정은 늘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작 '마더!'는 그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작품이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야망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딱 하나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가장 거대한 주제 의식을 담아내고, 대담하고 전복적인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조용히 끓어오르다가 끝내 완전히 폭발해 모든 걸 무너뜨리는 방식의 연출은 영화적 충격을 극대화한다.
교외 저택에 사는 어느 부부와 이들의 집을 갑작스럽게 방문한 사람들을 둘러싼 미스테리 스릴러 정도로 보였던 영화는 다 보고나면 신과 인간, 세계에 관한 종교적 은유로 관객의 넋을 빼놓는다는 평가다. 제니퍼 로런스와 하비에르 바르뎀, 미셸 파이퍼·에들 해리스의 인상적인 연기도 특기해야 한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할리우드식 엔딩, 아름다운 마무리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화라는 건 가능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신문을 봐라.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나. 고대 비극은 인간을 다루는 또다른 방식이었다. 이 어두운 면들을 주목해나가고, 그 현실에 자신을 반영해 나갈 때 빛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이런 태도는 그의 영화를 항상 따라다지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 평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 앞서 북미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평단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렸다. 한 쪽에서는 이 작품을 떠받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또 하나의 괴작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는 "애매한 반응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정말 좋다고 하거나 정말 싫다고 하는 것, 난 그런 게 좋다. 그게 특별한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평이하다'는 평가는 가장 듣고싶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제목에 느낌표가 쓰였다는 점이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각본 쓰고보니 '마더'라는 글자에 느낌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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