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5일 이후 이날 오전 10시까지 이시구로의 저서 판매량은 2616권으로 집계됐다.
예스24는 "수상 전 1주일 대비 436배 상승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은 1048권, '나를 보내지 마'는 975권으로 수상 전과 비교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 두 권은 이미 영화화된 작품이라 더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나날'은 1993년 안소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주연,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절대 날 떠나지마'가 2010년 마크 로마넥이 감독하고 캐리 멀리건·앤드류 가필드·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동명 영화로 옮겨졌다.
교보문고 역시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시구로의 도서 판매량이 온·오프라인 통합해 2200부가 판매됐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영업점에 재고가 소진됐고 출판사에서 도서 수급이 안 될 뿐더러 현재 예약이 많이 걸린 상황"이라면서 "연휴가 끝나고 택배 물량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수요일부터 판매량이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시구로 열풍, 서점가 훈풍 불까
2012년 모옌은 590권, 2013년 앨리스 먼로는 3일 간 1114권, 2014년 파트릭 모디아노는 923권이 팔렸다. 같은 기간 모옌과 이시구로의 책 판매량은 무려 5배가량 차이가 난다.
문학계 관계자는 "이시구로는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인데다가 유력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지 않아 관심도가 떨어졌지만 세련된 문체와 문제의식으로 마니아층은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러한 특징이 일반 대중에게도 부각되면서 세련되고 지적인 글에 관심이 많은 30~4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봤다.
출판계는 이시구로의 열풍이 다른 문학 분야 판매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간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관련 거리가 멀었던 출판사 민음사는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단편집 포함 이시구로의 저서는 8권 가량인데 출판사 시공가가 펴낸 최근작 '파묻힌 거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민음사를 통해서 나왔다.
◇포스트 고은을 찾자
2002년부터 매년 한국의 대표적인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된 문인은 고은 시인이다. 이에 따라 고은 시인 본인은 물론이고 독자 상당수 역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수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거명된 일본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영국 작가지만 일본 태생이라는 것에 대해 방점을 찍고 이시구로에 대한 다양한 조명,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시구로가 영국으로 이민 가기 전인 5세 때까지 일본에 남긴 흔적을 찾느라 분주하다. 일본 서점에는 하루키 책 대신 이시구로의 책이 진열대를 독점하고 있다.
고독과 슬픔에 집중하고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점 등 하루키와 이시구로의 공통점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영국적 사고방식을 지닌 이시구로의 새로운 점에 대해서도 논하며 '포스트 하루키' 시대에 대해 조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포스트 고은' 시대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조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를 떠나 한국을 대표하는 차기 작가들에 대한 조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한국 작가로 꼽은 이승우, 이시구로가 받은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작가 한강도 포스트 고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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