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최근 시각·지체 장애인들이 출연하시는 연극을 보러 갔어요. 본인들의 현실을 바리공주 설화에 빗댄 대본이 바탕이었는데 몇년간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어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도종환(62)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6일 광화문에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장애인들에게까지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너무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무대 위의 동선을 다 숙지해서 이동하면서 하시는 연기에 마음에 와닿는 대사까지 들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차별을 하거나 배제를 하거나 감시를 하는 것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잊혀지지 않네요."
문체부는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직이다. 중심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있다. 현재 문체부는 산하에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를 두고,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문건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알려졌는데 이 역시 조사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인 유인촌 전 장관은 문체부에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각계에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대중예술인에 대한 국정원 차원에서 조사가 더 확대되고 있다"면서 "(MB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현실이기도 해서 이런 문제를 더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사 범위가 넓어지고 일이 많아지면서 문체부는 최근 법무부로부터 검사를 지원받았다. 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청와대에서 문건이 추가로 발견했는데 그 문건을 검토하려면 검찰에 직접 가든지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면서 "파견된 검찰이 검찰과 공조를 하면, 청와대 문건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고 국정원 감찰실 역시 검사가 조사하니 협조가 필요할 때 국정원 파견 검사와도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도 장관은 이와 함께 "특정한 쪽의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 토론·수렴하면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형사적인 문제가 발견됐을 때 형사 고발까지 감안하고 있냐는 물음에 "거기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동시에 문체부 내부 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실장 직급 세 자리를 없앤 동시에 블랙리스트 관련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실장급을 국장급으로 강등하기도 했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는 보기 힘든 조치라고 도 장관은 전했다.
몇몇 문체부 산하 기관장의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점도 과제다. 도 장관은 "검증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추석이 지나고 나면 각 분야를 이끌어가실 책임자 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문체부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해 국제적으로 안보 위기가 감돌면서 내년 2월 '2018 동계 올림픽' 참가를 망설이는 나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이 프랑스까지 날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참가하며 개최국의 준비 노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을 직접 확인 받는 등 각 나라와 소통하는 것도 문체부 몫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말폭탄을 주고 받고 있지만 이런 국면에서도 해외에서 바라보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대처하고 홍보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죠."
이런 남북의 군사적 대치에서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으로 관광·한류 콘텐츠 업의 피해가 특히 심한 상황이다.
도 장관 역시 지난 100일 동안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사드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개별 업체들을 만났는데 롯데호텔 같은 경우는 700억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면서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정치적인 문제라 참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중국 시장의 드라마,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쪽 피해 역시 얼마나 큽니까? 관광, 호텔 업계 모든 쪽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돕고 있지만 견뎌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안타깝죠. 참 죄송스럽고 안타까워요. 지난 100일 동안 보람을 얻고 잘했다기보다 하지 못한 것이 훨 씬 더 많아서 마음이 무겁죠. 앞으로 더 말씀을 듣고 노력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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