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마녀' 한영애 "42년째 노래···'바람'든 음악 갈수록 재미"

기사등록 2017/09/19 14:08:37

최종수정 2017/09/19 14:18:23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email protected]
■전국투어 콘서트···여수 찍고 10월 서울~경기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인기가수 한영애입니다."

 19일 오전 정동에서 만난 '소리의 마녀'는 한영애는 웃음의 주문을 걸었다. "몇년 전부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인사인데, 절반은 웃어주시고 절반은 반응을 안 해주신다"고 눙쳤다.

1976년 혼성 포크그룹 '해바라기'로 데뷔한 한영애는 올해 노래인생 42년째다.

한영애는 "시간이 흐르고 다른 것이 걸러지니 음악밖에 안 남았다"면서 "잠자는 시간 빼고 음악 생각만 하니까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음악이 갈수록 재미있어요. 날마다 즐거운 고공행진이죠."

한영애식 주문이다. 15년 만인 2014년 말 내놓은 정규 6집 '샤키포'의 타이틀 역시 그녀가 만든 주문이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 반드시 올 거야. 지치지 마'라는 뜻이다.

지난 9일부터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을 시작된 소극장 전국 투어 '바람'은 '샤키포'에 실린 곡 위주로 꾸민다. 10월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1월 3~4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소극장으로 이어진다.

콘서트 타이틀은 '샤키포'에서 가장 인기를 끈 발라드 '바람'의 제목이다. 바람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윈드(Wind)' 또는 '위시(Wish)'의 의미를 담았다.

한영애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일 수 있고 누군가의 짝사랑의 상상도 될 수 있어요. 가족, 선생, 친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힘들고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해도 누군가 뒤에 있다는 걸 알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한영애는 탄핵정국의 지난겨울 광화문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촛불집회에서 노래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부터 외롭고 힘든 날들이 정점을 찍은 때였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email protected]
"상황은 힘든데 노랫말은 밝고 좋게 나오는 거예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람이 너무 절망스럽거나 기댈 곳이 없으면 '희망이라는 지푸라기를 잡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샤키포'의 노랫말도 발표 당시보다 1~2년 뒤에 부르는 것이 더 어울렸어요."

촛불집회에서 울려퍼진 곡 '조율' 역시 마찬가지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라는 노랫말을 품고 있다.

포크 뮤지션 한돌이 작사, 작곡했다. 한영애가 1992년 발표한 3집 '한영애 1992' 수록 곡이다. 본래 한돌이 만들어놓은 서정적인 분위기의 원곡을 한영애가 "질량을 크게 하고 싶은 마음"에 강렬하게 개작했다. 한영애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돌은 ‘만약 백두산에 대한 노래를 만든다고 하면 한달 동안 백두산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이다. 

한영애는 "한돌 씨가 본래 남에게 곡을 다시 만들게 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한영애니까 믿고 맡긴다고 하셨다'"면서 "제가 부른 버전이 한돌 씨 버전보다 먼저 발표된 것을 뒤늦게 알았어요.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든지. 좋은 모태가 있어 탄생할 수 있었던 곡"이라고 전했다.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절실했기 때문"이다.

"광화문에 자주 나갔지만 일반 대중하고 다를 것이 하나 없어요. 직업이 가수라서 제 마음을 전달한 것뿐이지요. 촛불집회 이후 여러 콘서트 요청이 있었는데 다 거절했어요. 제게는 연대감이 컸거든요."

한영애에 대한 러브콜은 예년부터 다양한 장르에서 있어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와 개성 강한 연출로 가요계, 연극판 너나할 것 없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어느 연극 연출가는 "당신 같은 여자가 연극을 해야지"라고 꾀었다.

한영애는 "노래뿐만 춤추고 뒹굴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나를 닮은 것이 여기 있구나"라는 생각에 연극판에 뛰어들어 약 6~7년간 몸담았다. 극단 이름도 '자유'였다. 가요계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요계 누군가는 극단으로 찾아와 "걔(한영애)는 노래를 해야 하는 애다. 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후문도 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email protected]

그런 그녀는 이후 가수로 마음을 굳혔다. 1986년 솔로 1집 '여울목'을 내고 블루스그룹 '신촌블루스' 객원 보컬로 활약했다. 계기는 연극 캐릭터에서 자신을 닮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불현듯 찾아온 생각이었다.

"닮을 것을 고민하다 보니 제게 음악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날부터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음악세계에 몰입하게 됐죠."

'한영애의 몰입'하면 가요계에서는 여전히 회자되는 순간이 있다. 1993년 63빌딩 컨벤션홀에서 연 대규모 콘서트 '아.우.성'이다. 실황음반으로 녹음된 이 콘서트에서 한영애가 노래를 부르던 중 조명이 과열돼 불이 붙은 것이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제 노래에 심취하셨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조명에 붙은 젤라틴이 녹기 시작한 거예요. 순간 노래를 계속 불러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죠. 근데 스태프들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을 믿고 노래에만 집중했어요. 그랬더니 관객들도 안심하고 공연에 몰입하시더라고요."
 
한영애는 연극판에서부터 무대뿐 아니라 공연장 전체를 장악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는 평소 공상, 즉 상상 속에서 특별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다고 했다.

"공연을 갔는데 시각 장애인 또는 청각 장애인분들만 계시다면 어떻게 퍼포먼스를 하고 노래를 할 것인가부터 상상을 해요. 그리고 모든 층의 객석을 둘러보고 직접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죠. 어느 좌석은 고개를 45도 틀어도 무대가 안 보인다면, 거기에 맞게 대비해야죠. 일상과 다른 공간이니 먼저 장악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한영애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7일(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되는 '2017 한영애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을 기점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2017.09.19. [email protected]
이처럼 철저하게 무대를 챙기지만 그녀에게 무대는 항상 성장통 같다고 했다. "자신을 성장시켜주고 발전시켜 주기 때문"이다.

"무대는 거울이에요. 제가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다 보여요. 여수에서 시작한 이번 투어로 또 느껴요. 그래서 또 무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죠."

한영애는 변신을 좋아한다. 곱슬머리, 올림머리는 물론 머리에 다양한 장식을 꽂으며 여러 시도를 하는 건 역시 무대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17세 때 느낀 감성이다. 혹자는 17세라는 나이 때문에 소녀적인 감성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도 사람을 잘 안 만나지만 청소년기에는 더 했어요. 스스로 왕따를 자처했죠. 혼자 남의 집 둔덕에 누워 꽃밭을 바라보면서 '왜 나비는 소리 없이 날아오는가' '햇빛은 나뭇잎을 왜 푸르게 만드는가'라고 생각했죠. 그 때 가졌던 저만의 판타지가 아직도 살아 있는 힘을 줘요. 그 판타지가 아니었으면 노래를 부르기 힘들었던 억압의 시절도 있었죠. 그 때의 정서가 여전히 제 무대를 지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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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마녀' 한영애 "42년째 노래···'바람'든 음악 갈수록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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