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공판 총 30석 놓고 454명 몰려
경쟁률 최고···박근혜 첫 재판 7.7대1
시민들 "법 앞에 평등한 판결 기대"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아닌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5명의 선고 공판 방청권 추첨식이 열린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회생법원 1호 법정 앞은 이 부회장의 선고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법정 앞엔 이른 오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첫 번째 응모자 김종우(74)씨는 "재판을 직접 보기 위해 경기 용인에서 오전 6시30분에 왔다"며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꼭 직접 재판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30석을 뽑는 방청 신청에는 총 454명이 응모, 경쟁률 15.13대1을 기록했다.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1차 공판 방청에는 68석에 총 525명이 응모해 경쟁률 7.72대1을 기록한 바 있다.
응모권 배부는 예정 시간보다 15분가량 이른 오전 9시45분께 시작됐다.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신분증 확인을 받은 뒤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인 응모권을 추첨 상자에 넣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공정한 판결이 내려지길 바랐다. 부산에서 온 권혁인(21)씨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인 만큼 꼭 한번 재판을 보고 싶어 응모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씨는 이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며 "'유전무죄·무전유죄'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허준영(20)씨는 "돈 많은 회장님이 지위를 이용해 부정한 이익을 취한 점이 드러났던 것 같다"며 "사실이라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임원들은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을 한 차례 방청한 적 있다는 허씨는 "박 전 대통령이 초라한 모습으로 법정에 있더라"며 "최고 권력자도 잘못한 점이 있으면 법정에 서게 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사회가 점점 공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함께 응모한 김대영(20)씨는 "법에 관심이 많은 친구의 권유로 함께 오게 됐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올바른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응모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민들은 헐레벌떡 들어왔다. 한 50대 여성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곧 마감이다. 빨리 와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추첨은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방청석을 30석만 교부한다고 안내하자 응모자들은 "왜 이렇게 적게 뽑냐", "이유를 설명해달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 가족이나 변호인 등 소송 관계인에게 제공할 좌석이 많아 일반 방청석은 30석만 배정하게 됐다"고 설명한 뒤 추첨을 시작했다.
번호가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방청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공정하게 하라"며 추첨권을 더 잘 섞으라고 소리치는 이도 있었다. 당첨된 시민들은 작은 소리로 탄성을 지른 뒤 자리를 떠났다.
1번 응모자인 김씨는 방청권에도 당첨됐다. 김씨는 "일찍 온 순서대로 방청권을 주는 줄 알았는데 추첨을 해서 깜짝 놀랐다"며 "어쨌든 당첨이 돼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방청권은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이 열리는 오는 25일 오후 1시30분 법원종합청사 서관 1층 입구에서 배부한다. 좌석은 신분 확인을 거친 뒤 임의로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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