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8명의 기업인들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에서 경제 전반적인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기업인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문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5시58분께 시작 돼 오후 8시36분까지 약 2시간 38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 앞마당 녹지원과 상춘재 안을 오가며 진행됐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과 주요 기업인들의 발언의 재구성이다.
◇모두발언
▲문 대통령 =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들을 초청하는 식사들을 해왔다. 정부로서는 경제살리기 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달라. 그런데 과거의 만남을 보면 한 번에 많은 분들을 하다 보니까 만남 자체가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 저는 경제인들의 말을 충분히 듣고 싶어서 이번 만남을 주어진 각본도 없고, 정해진 주제도 없고, 시간의 제한도 없고, 자료도 없고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자는 뜻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바쁜 시간 속에도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문 대통령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아버님이 원래 오려고 했는데 몸살 기운이 있으셔서 다음에 오시기로 했다.
▲문 대통령 = 양궁협회 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고요.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습니까?
▲정 부회장 =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남녀 혼성 종목이다. 열심히 하겠다.
▲문 대통령 =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 고전하는거 같은데 조금 어떤가.
▲정 부회장 =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 다시 기술 개발을 해서 도약하려고 한다.
◇문 대통령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문 대통령 = 야구 선수를 하셨다고 하던데.
▲박정원 회장 = 그건 아니다. 동호회에서 했었다.
▲문 대통령 = 저도 동네 야구는 조금 했다.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을 했었죠? 올해는 성적이 어떤가?
▲박 회장 = 지금은 3등 하고 있다. 부상 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 한다.
◇문 대통령 ↔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
▲문 대통령 =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
▲금춘수 부회장 = 그 전에 고전을 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힘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 = 우리 한국이 태양광 분야 여건은 어떤가.
▲금 부회장 = (시장점유율이) 5%가 안된다.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
▲문 대통령 = 우리나라가 자연조건이 안되는 건 아니지 않나.
▲금 부회장 = 입지 조건을 조금 완화시켜 주시면…
◇문 대통령 ↔ 손경식 CJ그룹 회장
▲문 대통령 = 손 회장님은 지난번 미국도 동행해주셨다. 정말로 정정한 게 현역에서 거의 종행무진 활약하고 있어서 아주 보기 좋다. 오늘 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다. 경제계에서도 맏형 역할 잘 해주리라 믿는다.
▲손경식 회장 = 감사합니다.
▲문 대통령 = 건강은 어떤가.
▲손 회장 =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
◇문 대통령 ↔ 권오준 포스코 회장
▲문 대통령 = 요즘 아마도 미국에 철강 수출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지 않나.
▲권오준 회장 = 저희들은 당분간은 그냥 미국에 보내는 거는 뭐 포기했다. 그래서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작정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 = 그래도 미국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텐데 괜찮은가.
▲권 회장 = 그렇진 않다. 미국에 저희들이 한 130만t 정도를 수출한다. 그런데 저희들이 직접 수출하는 것이 있고, 2차 가공해서 가는 게 있다. 거의 비슷한 양이다. 아직 2차 가공을 하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 올해 대폭으로 증가했다. 셰일가스 인더스트리가 이제 필요가 많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안 줄었는데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지를 못해서 조금 고민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텐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권 회장 =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도, 부총리님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 ↔ 함영준 오뚜기 회장
▲문 대통령 = 함 회장은 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God) 뚜기'로 부른다면서요.
▲함영준 회장 = 굉장히 부담스럽다.
▲문 대통령 =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 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
▲함 회장 = 대단히 송구스럽다.
▲문 대통령 = 우리도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 기업이기도 하다. 나중에 그 노하우도 한 번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함 회장 = 굉장히 부담스럽다. 고맙다.
▲문 대통령 = 그래도 결국은 어찌보면 기업도 국민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다. 앞으로 잘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함 회장 = 더욱 열심히 하겠다. 고맙다.
◇문 대통령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구본준 LG부회장
▲문 대통령 = 신세계 정용진 회장님, 요즘 어떠신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매출이 살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경기 동향을 보니까 소비 심리가 많이 살아나는 것 같다.
▲정 부회장 = 연초에는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잡았는데 소비가 살아났다. 여름이 더워지면서 연초 계획보다 훨씬 살아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드 충격은 어떤가.
▲정 부회장 =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다. 경쟁사(롯데)는 높다.
▲문 대통령 = 그 부분은 완화됐는가. 요지부동인가. 관광객은 더 준 것 같다.
▲정 부회장 = 저희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완전히 죽었다.
▲문 대통령 = 아직은 완화되는 기미가 없는 것 같다.
▲정 부회장 = 전혀 기미가 없다.
▲구본준 LG부회장 = 저희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한다. 중국이 '일본 업체 것은 OK. 한국 것은 안된다'는 것을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돠. 그래서 저희가 현대자동차와 같이 중국에 차 못판다.
▲문 대통령 = 전기차 얘기 하니까 정 부회장이 테슬라 1호 고객 아닌가.
▲정 부회장 = 저희가 1호로 매장을 유치했다. 잘 하려고 애쓰려고 한다.
▲문 대통령 = 직접 타기도 하나.
▲정 부회장 = 한 번 타본 적 있다.
▲문 대통령 =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타나.
▲정 부회장 = 380㎞ 정도 탄다.
▲문 대통령 = 우리는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배터리 만큼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 않은가.
▲구본준 LG부회장 = 중국 애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키우려고 일본은 와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가면 중국의 로컬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아니면 돈으로 줘야하니까 한국 업체를 못 들어오게 명문화 하고 있다.
▲손경식 CJ 회장 = 베트남도 그런 압력이 있는 모양새다. 중국과 사이가 안 좋으니, 중국이 베트남 수입도 막는다. 중국은 원래 그렇다. 머리를 쓴다.
▲문 대통령 =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 배터리는 LG와 삼성이 만들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양음극재는 우리가 만든다. 새로 사업을 시작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문 대통령 = 우리도 그동안 차세대 자동차 사업을 하면서 약간 좀 수소차 쪽에 비중을 뒀다. 전기차 하면 그 부분에 집중하면 빠르게 배터리 기술도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배터리 같은 게 괜찮기 때문에.
▲구본준 LG부회장 = LG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해서 배터리 사업을 같이 하고, 저희들은 현대차에 공급 많이 한다. 중국형 모델의 경우 중국 정부가 막으니까 우리 배터리가 현대차에 못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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